7회까지는 가을야구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리그 최다승 투수 넥센 앤디 밴헤켄과 사상 첫 팀 노히트 노런의 선봉장이었던 LG 신정락이 스트라이크 존을 폭넓게 공략하며 상대 타선을 농락했다. 승부가 갈린 것은 작은 실수 하나와 소극적 수비였다. 넥센은 MVP 후보 서건창-박병호-강정호가 1차전 합계 3안타에 그친데 이어 이날도 합계 2안타로 묶였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선수들이 2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목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제구된 커브의 위력

가을야구를 지배하는 것은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만이 아니다. 밴헤켄과 신정락 모두 속구 구속은 140㎞ 중반. 그런데 제구잡힌 변화구의 위력이 빛났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고,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지배했다. 무엇보다 신정락의 커브가 무시무시했다. 가을밤 나그네를 홀리는 도깨비불처럼 넥센 타자들의 타이밍을 무너뜨렸다. 신정락은 최저 117㎞ 짜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나갔다. 7회까지 던진 커브 26개 중 21개가 스트라이크였다. 넥센 타선이 눈뜨고 당한 커브도 여럿이었다.

■“실수만 안 하면 된다”

넥센 선수들은 이번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서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력 상 우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겠다는 뜻은 좋았지만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한 것이 소극적인 수비로 나타났다. 5회 내야 안타에 이은 밴헤켄의 1루 송구 실책은 수비진의 틈을 더욱 벌렸다. 6실점하며 승부가 갈린 8회 선두 타자 최경철의 안타 뒤 오지환의 번트 타구 수비가 아쉬웠다. 타구가 빨랐기 때문에 1루수 박병호가 2루 송구를 시도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지만 안정적으로 타자 주자만 잡았다. 전날 주루 플레이 실수에 이어 이날도 5회 손주인이 홈에서 아웃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LG를 더욱 압박할 필요가 있었다. “실수만 하지 않겠다”는 안정적인 수비가 결국 상대 압박에 실패하며 경기를 내줬다.

■LG 좌타 라인의 힘

LG는 상대 좌완 선발 밴헤켄에 대비해 2번 황목치승을 투입하며 좌타자의 숫자를 줄였지만 여전히 3번 박용택부터 6번 스나이더까지 중심 타선을 모두 좌타자로 채웠다. 8회 6득점의 ‘빅이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좌타라인의 힘이었다. 넥센 불펜에는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없다. 한현희는 좌타자에게 약하다. 1차전에서 손승락이 1.2이닝 동안 LG 좌타자들을 틀어막은 덕분에 이겼지만, 이날은 한현희에 이어 LG 좌타자 상대로 조상우를 투입했다가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 2루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상대 좌타 전문 불펜 투수가 없을 때 LG의 ‘좌타 중심 타선’은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남은 시리즈에서 LG의 강점, 넥센의 숙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