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격수 오지환(24)은 올 시즌 실책 2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수비에서 큰 실수없이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타격에서 침체로 고개를 숙여왔다.

오지환이 모처럼 활약 웃었다.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유격수로서 빼어난 수비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오지환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수비로 만들어낸 아웃카운트는 모두 6개. 중반까지 박빙의 승부에서 오지환의 수비가 흐름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회말 이택근의 잘 맞은 타구를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한데 이어 3회에는 박헌도의 깊은 타구도 잡아냈다. 4회에는 유한준의 2루 베이스쪽 타구까지 잡았다. 7회 수비가 압권이었다.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 선두 타자 넥센 유한준의 솔로포가 나오면서 LG가 1점 차로 쫓기는 상황. 이어진 박병호의 안타성 타구를 오지환이 몸을 날려 잡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 26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깜짝스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오지환(24)을 지목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다소 부진한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기 살리기’였다. 양 감독은 그의 ‘신바람’이 살아나야 시리즈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

오지환은 포스트시즌에서 타격이 침체에 빠져 있다. 잇따른 번트 실패까지 겹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1회초 무사 2루에서 댄 기습번트가 뜨면서 실패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부담을 느낄때는 그렇게 팀에 도움이 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팀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오지환의 기습적인 번트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3차전에서도 2-3으로 뒤지던 7회 무사 1루에서 오지환의 희생번트가 뜨면서 실패했다.

감독의 배려에 오지환도 각오를 다졌다. 미디어데이 영상을 직접 찾아봤다는 오지환은 “준플레이오프 때는 찬스를 날려서 아쉬웠다”며 “플레이오프에서는 출루에 신경을 쓰겠다.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타순은 2번에서 7번, 이날은 9번으로 내려갔고, 타격 성적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오지환은 이날 수비로 히어로가 됐다. 또 5회 1사 2·3루에서 1루쪽 희생번트도 완벽하게 성공시켜 ‘번트 트라우마’도 벗어났다.

오지환은 “목동에서 수비가 좋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우리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목동에서 이틀 동안에 펑고를 많이 받았다”며 “후반기부터 수비는 90점을 주고 싶다. 자신이 생겼다. 가끔 긴장이 풀릴 때가 있는데 집중력을 유지하면 나머지 10점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