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4일에는 살아나야 하는데….”

‘난전의 승부사’ 김보름(25·강원도청)은 요즘 달력을 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채 30일도 남지 않았다. 꿈의 무대로만 여긴 올림픽에서 ‘금보름’을 띄우겠다는 설레임과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몸에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정월대보름에 태어나 보름이라는 이름을 얻은 김보름은 평창 동계올림픽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에 가장 가까운 선수로 불린다. 그가 “평창에서 금보름을 띄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다. 김보름은 지난해 2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보름을 띄웠다. 일본의 다카기 자매(다카기 나나·다카기 미호)가 절묘한 팀 플레이를 펼치며 맞수로 부각되고 있지만, 김보름도 팀 동료 박지우와의 협업으로 맞서면 그만이다.

정작 김보름이 두려운 것은 자신이다. 금세 털어낼 줄 알았던 부상이 올림픽 직전까지 그를 괴롭히고 있다. 김보름은 지난해 11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매스스타트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과 엉키면서 넘어져 허리를 다쳤다. 김보름이 다친 곳은 허리 뿐이 아니었다. 김보름은 “사실 허리를 다치면서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도 찢어졌다. 다쳤을 땐 꽤 심각했다”고 말했다.

뙤약볕 아래서 타이어를 끌고, 사이클을 타며 단련했던 허벅지라 속이 더 상한다. 김보름은 최대 24명이 레인 구분 없이 출발해 400m 트랙을 16바퀴 도는 매스스타트에서 중·후반까지 중위권 그룹에서 체력을 아끼다 막판 스퍼트로 역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허벅지가 하루 빨리 살아나야 한다.

김보름이 답답한 것은 이미 완치될 시기가 지났다는 사실이다. 햄스트링 부위가 찢어질 경우 6주면 회복할 수 있다. 김보름은 이미 그 시기가 지났지만 훈련과 치료를 병행하다보니 그 완치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김보름은 2차 월드컵 대회만 넘겼을 뿐, 3~4차 대회는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당연히 훈련도 쉬지 않았다. 훈련이 끝나면 트레이너들에게 마사지 치료를 받고, 훈련이 없는 날에는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평창올림픽 전까지 몸 상태를 회복하느냐가 금메달의 관건이다.

김보름은 “올림픽까지는 (회복에) 계속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지난주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들도 김보름의 더딘 회복에 좌불안석이다. 김보름은 “선생님들도 항상 ‘몸은 어떠니?’라고 묻는다”며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 마음도 흔들린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자신이 출전하는 매스스타트가 평창올림픽 폐막일에 가까운 2월24일 열린다며 애써 마음을 다독인다. 가장 중요한 올림픽 시즌이 순조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몸 상태만 회복된다면 얼마든지 역사적인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쇼트트랙에서 은퇴를 고민한 19살 때 홀로 고향 대구를 떠나 상경해 스피드스케팅으로 성공한 김보름. 그는 오른팔에 새겨진 ‘주저앉는 것은 다시 일어서기 위함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문신을 보며 각오를 다진다.

김보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당시에도 완벽한 몸은 아니었다”며 “좋은 위치에서 스퍼트를 달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