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이번에도 ‘메달밭’이었다. 한국의 메달 17개 중 6개를 따냈고 금메달 5개 중 3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하지만 언제나 든든했던 쇼트트랙 최강국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설상종목에서도 최초의 메달이 나오는 등 다른 종목 활약 속에 부담은 덜 했지만 다른 나라들의 거센 도전을 분명히 확인했다.

한국이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쇼트트랙에 언제나 존재하는 ‘변수’ 때문이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등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마친 대회에서는 언제나 실격과 넘어지는 변수가 존재했다. 이번에도 국제대회에서 밥먹듯 우승하던 세계 최강 최민정이 여자 500m에서 실격당하고 1000m에서는 넘어졌다. 최민정이 4관왕에 오를 것이라는 세계 언론들의 예상도 일찌감치 빗나갔다. 금메달 후보로 꼽힌 남자 계주도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변수’ 이상의 ‘트렌드’를 확인했다. 유럽 선수들의 강력한 도전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한국과 중국, 캐나다, 미국이 주도한 쇼트트랙에서 캐나다가 5개(금1·은1·동3), 네덜란드가 4개(금1·은2·동1)의 메달을 가져갔다. 1500m를 제외한 개인전 모든 종목에서 한국은 최강이 아니었다. 특히 남·녀 1000m 우승을 각각 캐나다(사무엘 지라르)와 네덜란드(수잔 슐팅)가 차지했다. 올림픽마다 주역이 바뀌는 한국과 달리 샤를 아믈렝이 독보적이던 캐나다에 지라르가 등장했고, 슐팅은 네덜란드 쇼트트랙 최초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압도적인 아웃코스 돌파로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도 1000m에서는 추월을 시도할 때마다 앞쪽 유럽선수들에게 진로를 가로막힌 끝에 막판에 심석희와 충돌해 넘어졌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최강인 네덜란드는 쇼트트랙 여자 500m(야라 판 케르코프)와 남자 1500m(싱키 크네흐트) 은메달에, 여자 계주에서는 B파이널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끝에 행운의 동메달을 따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자 500m에서는 이탈리아가 아리아나 폰타나의 우승으로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최초의 금메달을 가져갔고, 헝가리는 한국이 넘어진 남자 계주에서 동계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도 최민정의 압도적인 레이스 능력을 충분히 확인했고 에이스가 없다던 남자부에서 임효준이 탄생했다. 선수들 대부분이 이제 스물을 넘겨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더 안정되리라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그러나 다음 4년의 준비를 더 단단히 해야 하는 이유를 확인했다.

김선태 쇼트트랙 대표팀 총감독은 “상향평준화가 된 것은 사실이다. 외국 선수들도 많이 발전했고 기본기부터 훌륭한 한국의 지도자들이 많이 나가 있어 다른 선수들이 계속 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의 선수들이 경험을 쌓았고 좀 더 강해질 것이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최강 자리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가질 수 있는 대회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