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개막 전부터 최악의 추위 등 많은 우려들이 쏟아졌지만 17일간 큰 탈 없이 대회가 마무리 됐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을 현장에서 함께 한 스포츠경향·경향신문 특별취재단이 폐회식 하루 전인 지난 24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모여 취재후기와 소감 등을 나눴다.

김경호 선임기자(이하 김)=밤낮으로 이곳 저곳 뛰어다니느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전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추위 때문에 많은 걱정을 했는데요. 실제로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윤은용(이하 윤)=이번 올림픽에서 겪은 추위는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길을 걸어가는데 누가 카카오톡을 보내면 짜증이 나더라고요. 메시지를 보내자니 손이 얼어서 제대로 메시지를 칠 수가 없었어요. 차라리 전화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김=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나, 정부 관계자들이나 개회식 때 하늘이 도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날씨는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실제 개회식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날씨와 관련해 대책이 있느냐고 묻자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으니까요.

정대연(이하 정)=개·폐회식장 기자석에 설치된 테이블이 철로 만들어졌잖아요. 그래서 손이 엄청 시려웠어요. 개회식 날 테이블에 올려놓은 노트북이 고장날 정도였어요.

김=외국 선수들도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마르셀 히르셔(오스트리아)도 추운 게 너무 싫다고 했고.

양승남 차장(이하 양)=랍신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자기 고향이 영하 57도까지 내려가는 시베리아인데 여기는 추워서 죽겠다고요. 사격에서 실수한 게 손이 얼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정=전 스마트폰이 그렇게 되는건 처음 봤어요. 온도가 낮아서 작동을 하지 않더라고요. 황당했어요(웃음).

김=어쨌든 한국에서 30년 만에 열린 올림픽이예요. 여기 있는 누구든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처음 현장에서 취재를 해봤을 겁니다. 실제로 조직위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잘했다고 그러는데, 정말 잘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좀 해봅시다.

황민국(이하 황)=수송대책은 좀 그랬어요. 버스 관련 시설에 대한 불만이 너무 많았어요. 시간에 맞춰 제대로 오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운전하는 기사님도 불만이 많더라고요.

김은진 차장(이하 은)=제가 보면 수송, 자원봉사자 문제에 대한 개선책은 그런대로 빠르게 나왔다고 봐요. 노로바이러스도 문제가 터지니 바로 군인들을 투입했고요. 임기응변을 굉장히 잘한 것 같아요.

김=이런 문제들이 계속 이어지면 대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을 수 밖에 없어요. 인천 아시안게임이 그랬죠. 여러 문제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위에서 컨트롤을 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어떻게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김하진(이하 하)=전 역대 올림픽에서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은 마스코트가 있나 싶네요. 올림픽 기간 내내 수호랑의 인기를 실감했어요. 인터넷에서 수호랑과 관련된 사진들이 돌아다니고 스토어에서는 수호랑 관련 상품은 없어서 못 살 지경이예요. 이제는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가 흥하기를 바랍니다.

윤=전 북한 얘기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북한이 참가한다는 게 큰 이슈이긴 한데 선수단이 입촌하고 난 뒤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화제가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시나요?

윤승민(이하 승)=사실 반반이었죠. 그만큼 의미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남들이 따라가는 대로 가는 건지. 뭐랄까, 관심도에 비해 과하다는 느낌은 좀 들었어요. 다만 같이 취재하면서 공감한 부분은 있어요. 제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취재했는데, 다들 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예요.

양=사실 예전에 기자가 됐을 때부터 북한은 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이슈가 되니 무조건 챙겨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왔어요. 부산 아시안게임 때도 제가 막내라는 이유로 숙소 앞에서 북한 빨래가 뭔지 하는 것들을 이모저모로 쓴 기억은 나요. 북한이 오면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물론 어느 정도 생각할 부분은 있지만, 국가 차원으로 보면 큰 뉴스인 것은 맞아요.

하=지금은 그냥 또 왔네 이런 느낌이예요. 이전에는 북한이 온다는 게 흔치 않은 상황이었잖아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그 정도가 덜하잖아요.

김=북한과 함께 이슈가 됐던 또 다른게 있었죠.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에서 나온 논란이요.

은=현장에서 본 사람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어요. 처음에는 경기에서 노선영이 혼자 뒤에 처진 게 이해가 안됐고, 그 다음은 특정 방송사와 인터뷰 한 것도 그랬어요. 선수단 분위기는 뒤숭숭해졌고, 그 와중에 노선영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그냥 지나쳐버렸고요.

승=사실 사람들이 지금 밖으로 표출하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반응이잖아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건 단편적인 정보인 것이고. 경기 내용만 보면 사실 노선영을 왕따시킨 꼴이잖아요. 거기에 김보름이 방송 인터뷰에서 피식 웃었으니 반응이 일어날 조건이 이루어졌다고 봐요.

윤=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나오는 사회적 상황이라고 봐요. 지금은 사람들의 반응이 SNS로 바로바로 올라오잖아요. 언론도 그런 부분에 적잖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구요.

김=다만 최근 며칠 사이에 선수들간의 실력 문제, 그리고 그 동안의 얘기들이 조금씩 퍼지면서 다시 흐름이 바뀐 것 같아요. 이제는 노선영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김보름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반반인 것 같아요. 이번 일은, 정보의 흐름에 따라 여론이 어떻게 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라고 봐요.

하=이제 슬슬 방담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어떤게 있을까요?

은=고다이라 나오와 이상화요. 기자들도 놀랐죠. 선수들끼리야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기에 어느 정도 친분은 있겠지만, 그렇게 친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예요. 팬들은 물론이고 기자들도 고다이라를 다시 보게된 것 같아요.

승=저는 클로이 김이 기억에 남아요. 제가 현장에서 기자회견까지 따라갔는데, 클로이 김의 경기를 보면 스노보드를 모르는 사람들도 잘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정=전 조금 아쉽지만,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넘어지던 장면들이 생각나요. 북한 응원단을 전담 취재하면서 여러가지를 봤는데 그게 이상하게 잊혀지질 않아요.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경기 중간 정빙을 하는 시간에 사회자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는데 호응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황=전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첫 골을 넣었을 때요. 이전까지 계속 크게 지기만 하다가 일본전에서 한 골을 넣었을 때 저도 모르게 뛰어올랐어요. 그 골이 들어간 이후부터 분위기가 급속도로 좋아졌어요.

◇참석자 명단

김경호 선임기자, 양승남·김은진·황민국·김하진·윤은용·윤승민 기자(이상 스포츠부), 정대연 기자(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