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4강 예상이 힘들다. 시즌 초반 어떤 흐름을 타느냐가 중요하고 SK가 그저 잘 탔으면 좋겠다."

지난 22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SK 김성근 감독이 내놓은 올시즌 전망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판도에 주목했는데 다른 구단 사령탑과 관계자도 올해는 유난히 더 개막 이후 4월 페이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유례 없는 중상위권 순위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기선부터 잡아야 한다는 게 대부분의 생각인 것 같다. 

다만 같은 목적지를 두고 방법에선 각각의 사정이 다르다. 각 팀이 27일 개막 이후 4월까지 풀어야할 숙제를 살펴보면 '8팀8색'의 모양이다.

#롯데-3월 같은 4월 만들기

롯데의 시범경기 페이스는 올해도 놀라웠다. 10승2패로 2년 연속 시범경기서 1위를 했다.

팀 홈런 18개에 팀 방어율 2.43으로 내용도 알찼다. 일단은 시범경기 흐름을 4월까지 그대로 살려내는 게 롯데의 과제다. 팀내에서는 자신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시범경기 1위 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멤버가 합류하면서 전체 밸런스가 흔들렸지만 올해는 3월의 전력이 그대로 시즌 초반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롯데의 설명이다. 롯데의 4월 성적은 3월 같을까. 

#삼성-SUN표 야구의 부활

선동열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은 2005년부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당시 선 감독이 자신있게 내세웠던 야구가 바로 '지키는 야구'다. 짜임새 있는 마운드의 힘으로 1~2점 싸움에 무척 강했다. 리드를 잡으면 좀체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 마운드는 2006년 이후로 올해가 다시 최상이다.

외국인투수 2명에 윤성환·장원삼 등이 지키는 선발진은 8개구단 최강급. 배영수까지 부활 기세를 보이는 가운데 불펜진도 최근 몇년 중에 가장 튼튼할 전망. 선 감독은 4월부터 지키는 야구의 위력을 다시 뿜어낼까. 

#KIA-무사고 4월 레이스

KIA는 시범경기 막판, 오른쪽 팔꿈치가 아픈 외국인투수 로드리게스를 퇴출했다. 결국 새 외국인투수가 가세할 때까지 6선발 체제를 꾸리기 어려워졌다. 

사실 선발진 구성 자체에 애를 먹고 있는 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이다. KIA는 그렇다. 시범경기 막판 로드리게스가 전력에서 제외된 것 같은 '변수'를 줄이는 게 과제다. 스포츠칸이 24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선수 설문에서도 드러났듯이 전력만 놓고 보면 KIA는 올해도 우승권에 있다는 평가. 별 탈 없이 4월을 보내는 게 숙제라면 숙제다.

#두산-애지중지 선발진 점검

두산 김경문 감독의 올시즌 목표는 확실하다. 우승이다.

전체적인 공격력 증강을 위해 타순에도 변화를 주면서 지난해 열세였던 선발진 보강에도 애를 썼다. 특히 외국인선발 2명에 히어로즈로부터 영입한 이현승을 통해 투수진 업그레이드를 이루려고 했는데 4월이면 그 가능성이 확인된다.외국인투수 가운데 1명인 왈론드가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초 등판 자체가 미지수인 가운데 최고 용병투수로 평가받는 히메네즈와 지난해 13승투수 이현승의 피칭에 구단 안팎의 시선이 모일 전망이다. 최근 몇년 사이 늘 우승권에 있던 두산은 올해 그 꿈을 이룰까. 선발진을 보자.

#SK-부상 빈자리 채우기

SK의 4월 화두는 새 전력이다. 왼팔 통증으로 재활을 해온 에이스 김광현이 4월 중순에나 복귀가 가능하고 또 다른 왼손요원 전병두는 시즌 중반을 넘겨야할 전망. 고관절 수술을 한 정상호도 시즌 초반 마스크를 쓰기 어렵다. 

그러나 그 사이 대안이 또 마련됐다. 강속구 투수 엄정욱이 긴 부상의 터널을 넘어 선발 한자리를 꿰찰 실력을 입증한 데다 지난 시즌 중 아킬레스건을 다쳤던 박경완도 고속 재활을 한 끝에 개막 출전이 가능해졌다. 어느 해보다 물음표가 짙은 SK의 4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절묘한 오버랩은 가능할까.

#넥센-트레이드 공백 줄이기

넥센 히어로즈는 어떤 모양의 4월을 보낼까. 넥센의 4월이 궁금한 것은 지난 겨울 이현승·이택근·장원삼 등 주축선수를 줄이어 트레이드 시장에서 내보냈기 때문이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지난 겨울 준비를 통해 충격파를 상당히 줄였다고 자신하고 있다. 선발진만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외국인투수 번사이드에 새로운 왼손특급 강윤구, 지난해 가을야구 스타로 두산에서 넘어온 금민철, 베테랑 김수경 등이 버티는 선발진이 약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개막 이후에도 그럴까. 넥센의 4월을 보자.

#LG-선발진 줄 세우기 

LG는 어느 팀보다 4월이 중요하다. 꽤 오랜 기간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시즌 초반 상승세로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박종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시각이다. LG의 4월 성적은 선발진이 안정궤도에 올라서는 것에 따라 갈릴 전망. 외국인투수 곤잘레스가 에이스급으로 뛸 능력을 보인 데다 심수창도 꾸준한 편이지만 박명환의 로테이션 합류시기를 더 봐야하고, 에이스 봉중근의 페이스가 처져있는 게 코칭스태프의 부담으로 남아있다. 이형종을 비롯한 다른 선발투수들도 실전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보일 지 4월이면 드러난다. 선발로테이션 정착 시기. LG의 초반 관건이다.

#한화-마운드 재정리

한화 한대화 감독은 미디어데이에서 "만나는 모든 팀을 귀찮게 하겠다"고 했다. 선발진만 놓고 보면 해볼만하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감독의 마운드 구성 작업은 4월까지 이어지게 됐다. 뒷문지기 양훈이 시범경기에 3차례 출전, 2.1이닝 동안 8안타 8실점(4자책)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 마무리에서 탈락했기 때문. 외국인투수 데폴라가 마무리를 나설 예정인 가운데 한화는 카페얀-류현진-안영명-유원상-김혁민으로 선발진을 급히 재조정했다. 시즌 초반이 새 로테이션을 시험하는 시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