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용병 엔트리 확대는 끊임없는 논쟁을 낳은 민감한 문제였다. 올 겨울에도 다른 각도로 이슈화될 것 같다.

얼마전 모 구단 단장은 “육성형 용병 도입이 필요하다”며 연말 단장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육성형 용병이란 즉시 전력감이 아닌 2군에서 키울 수 있는 용병을 말하는데 구단에서는 효율적인 용병제도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선수 수급 및 트레이드가 여의치 않은 국내 프로야구 여건에서 용병제도는 1998년 도입 이후 팀 전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됐다. 문제는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영입한 용병들이 실패하는 케이스가 많은데다 잘해도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용병을 붙잡기 쉽지 않다. 한국을 경쟁력있는 선수 공급 시장으로 판단한 일본의 자금력에 맞서기 어렵고, 외국인 선수 역시 한국무대를 일본 진출의 앞선 단계로 생각하고 있어서다.

#구단 “육성형 용병 필요” 찬성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았듯이 파키스탄·필리핀 등 야구 불모지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넘쳐난다. 잠재력있는 선수들을 데려와 키운다면 아시아 야구시장을 확장하는 장점도 있다. 육성형 용병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요소다.

구단들은 육성형 용병 도입에 대부분 찬성이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야구 후진국에서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 전력감으로 키운다면 나쁠게 없다고 생각한다. 9·10구단 창단에 있어서 선수층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며 육성형 용병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화 윤종화 단장도 “용병 실패 사례가 많아 구단들이 헛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 검증과정이 필요한데 육성형 용병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SK 김성근 감독 역시 시즌중에 “키울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팀에 1명 정도는 둬도 좋을 듯 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선수협과의 조율이 관건

용병이 늘어나면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만큼 선수협과의 조율이 쉽지 않다. 육성형 용병을 영입하더라도 외국인 선수 1군 엔트리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국내선수 엔트리를 확대하는 등 국내선수 보호책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육성형 용병이 도입되면 자칫 구단간 선수 확보 싸움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

정금조 KBO운영팀장은 “용병문제의 핵심은 외국인 선수 1군 엔트리(2명)다. 1군 용병 보유를 유지하는 선에서 선수협과 어떻게 조율하나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고 전망하며 “단기간내 변화보다는 방법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 겨울 각 구단과 선수협이 육성형 용병 도입에 대해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