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가 아프네.”

롯데의 고민이 시작됐다. 간판타자 이대호(28)와의 연봉 협상 때문이다.

시즌 MVP 이대호의 연봉은 올 겨울 최대 이슈다. 하지만 롯데는 이대호가 고액연봉(3억9000만원)을 받고 있는 선수인 만큼 인상률을 두고 신중한 입장이다. 워낙 관심을 끄는 사안인 만큼 마지막까지 비공개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가 이대호와의 연봉 협상에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비교대상이 없다는데 있다.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신기록까지.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없는 대기록을 쏟아낸 이대호에 근접한 케이스조차 찾기 힘들다.

그나마 성적·팀내 위상·FA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승엽 정도가 떠오른다. 그래서 2003시즌 이승엽의 연봉을 뛰어넘을지 여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승엽은 2002시즌 타율 3할2푼3리, 47홈런·123타점의 성적으로 2003시즌 4억1000만원에서 무려 2억2000만원이나 오른 연봉을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두고 있어서다. 

구단들은 주축선수들이 FA자격을 얻기 앞서 국내 타 구단 이적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선수 연봉을 올려 보상금을 높이는데 이승엽도 이같은 FA프리미엄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챙겼다.

이승엽의 연봉이 기준이 된다면 이대호는 팀내 최고 연봉 선수인 손민한(6억원)까지 넘게 된다.

본격적인 선수단 연봉 협상에 앞서 6일 미팅을 가진 배재후 단장은 “선수단 전체적으로 연봉 상승 요인이 많아 연봉규모를 정하기가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대호의 연봉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일단 젊은 선수들 위주로 먼저 연봉협상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힌 배 단장은 “(이)대호와의 협상은 최대한 늦출 생각이다. 대호도 연말 시상식과 개인 일정 등으로 12월 스케줄이 바쁘더라. 첫 만남은 12월말이나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해를 넘겨 장기화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이대호와의 협상이)쉽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윤곽은 잡고 있지만 고과는 물론 기록·FA·공헌도까지 고려해야 하고, 프로야구 시장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며 고민스러워 했다.

일단 이대호도 지난해 타율 2할9푼3리, 28홈런·100타점이라는 성적에도 3000만원 인상에 그쳐 자손심에 상처를 입었던 만큼 ‘작년 몫까지 받겠다’는 자세로 느긋하게 연봉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빅보이’ 이대호의 연봉은 얼마가 될까. 기다림이 길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