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모그룹이 약속을 지켰다. 야구계 숙원인 새 광주구장 건립에 무려 300억원을 쏜다.

KIA는 7일 “광주시 전용구장 건립을 위한 제안을 받아들여 총 300억원 투자를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전용구장 건립을 위해 직접 돈을 내놓은 프로야구단은 KIA가 최초다.

광주시는 현재 2만5000석 규모의 천연잔디 전용 야구장 건립을 계획 중이다. 이전에 말만 되풀이됐던 계획을 강운태 시장 취임 이후 빠르게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기존 축구장으로 사용되던 광주 무등경기장 종합운동장을 지하 3층·지상 3층 규모로 리모델링해 2014년부터 프로야구 전용구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건립 비용으로 책정된 1000억원 가운데 정부가 국고 지원금 300억원을 내놓기로 했고, 광주시가 400억원을 부담한다. 나머지 300억원을 민간투자 형식으로 유치하기 위해 광주시가 KIA 구단에 투자를 요청하자 KIA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KIA는 내년부터 3년 동안 100억원씩 내놓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대신 향후 25년 간 장기 임대와 함께 구장 명칭권 및 부대 시설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KIA 서영종 사장과 강운태 광주시장은 14일 광주시청에서 야구장 건립 위·수탁 협약식을 갖고,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KIA의 통 큰 투자는 결국 모그룹 현대기아차그룹이 약속을 지킨 결과다.

현대기아차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축승회에서 KIA 야구단에 전폭적인 지원을 선언했다.

해태를 인수한 뒤 KIA 구단주로서 사랑을 쏟았던 아버지 정몽구 회장처럼 정 부회장도 KIA 야구단에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우승에 감격해 선수단에 90도로 절을 하며 “다른 팀에 비해 하드웨어가 열악한 것을 인정한다. 많이 늦었지만 이번 우승을 계기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어도 ‘지원’이라는 말에 새 구장 건립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실제로 이후 KIA는 열악했던 함평 2군 구장을 새로 짓기 시작했다. 내년 5월 완공 예정으로 지난 10월초 전용연습구장을 착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KIA 선수단과 광주 야구 팬들의 숙원이었던 새 구장 건립에 직접 300억원을 내놨다.

KIA는 10차례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전통의 명문 구단으로 불리면서도 8개 팀 최악의 홈 구장 때문에 흥행은 물론 구단 이미지에서도 큰 손해를 봤다.

모그룹의 통 큰 투자를 통해 구겨졌던 자존심도 되살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