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성적은 곧 돈으로 연결된다.

올겨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엔 그 동안 3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다 1억원 넘는 큰 돈을 손에 쥔 ‘대박’ 선수들이 눈에 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와신상담했던 그들이 마침내 웃었다.

지난 시즌 홈런 2위(32개) 최진행(26·한화)은 9일 올해 연봉 1억원에 사인했다. 지난 시즌 연봉이 3000만원에 불과했던 외야수 최진행은 프로선수가 된지 8년만에 억대연봉 선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188, 100㎏의 듬직한 체구를 앞세워 2004년 프로 문을 두드린 최진행은 몇 년 동안 ‘실수투성이 선수’로 각인됐다. 1군에 오른 날 수비 실책을 저질러 그 날로 2군에 돌아가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한화 한대화 감독이 2009년 마무리 훈련 도중 그의 장타력을 눈여겨보면서 ‘해뜰날’을 맞았다. 작년 개막전부터 중심 타자로 기용된 최진행은 선수 생활 마지막 기회를 움켜쥐는데 성공했다.

넥센 투수 손승락(29)은 마운드에서 비상한 경우다. 작년 구원왕(26세이브)과 함께 팀의 간판 투수로 떠오른 손승락은 올해 1억3000만원을 받는다. 작년 3500만원과 비교하면 271.4%나 올랐다. 그는 2007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선수 생명 위기에 몰렸으나 경찰청에서 2년간 재기를 준비, 지난해 인생역전을 일궈냈다.

LG에선 인상률 300%를 뛰어넘은 선수들이 둘이나 있다. 연습생 출신 외야수 이병규(28)는 작년 3할을 친 뒤 2800만원에서 351.4%나 오른 1억원을 보장받았다. LG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2년차 오지환(21)의 인상 폭은 이보다 더 커 2500만원에서 400%나 뛴 1억원을 받게 됐다.

프로야구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 극명하게 갈리는 세계로 꼽힌다. 특히 연봉 인상 폭을 25%로 제한했던 한국야구위원회 규정이 2000년 폐지되고, 삭감 하한선이 2008년 사라지면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졌다. 이에 더해 각 구단들의 연봉시스템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

LG는 올해 구본준 구단주부터 발벗고 나서 승리 기여도에 따른 보상 폭을 크게 만드는 ‘신연봉체계’를 만들었는데 이에 따라 이병규, 오지환이 억대 연봉자로 진입했다. 구본준 구단주는 8일 “신연봉체계를 도입하면서 2군 선수들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다”는 말로 제3, 제4의 이병규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