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 전자 부회장 겸 LG 트윈스 구단주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야구단 신연봉제는 팀성적과 그에 결부된 개인성적에 따른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자는 데 있다.

기존 연봉 고과에 따르면 몇년간 누적 활약으로 연봉을 수억원대로 올린 선수는 한두해 부진해도 억대 연봉을 지키는 데 무리가 없었다. 삭감폭이 상식선에서 제한돼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최저 연봉(2400만원) 수준에서 억대 연봉을 바라보는 선수도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LG가 구단 차원에서 내놓은 신연봉제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연봉 2400만원의 오지환이 올해 연봉 1억원에 도달했고, 야수 가운데 인상적인 활약을 벌인 작은 이병규(24번)는 연봉 2800만원에서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이들과 달리 올해 4승(6패)만을 기록한 박명환은 5억원에서 역대 최대 삭감률인 90%를 기록하며 5000만원에, 12경기에 나와 4패만을 기록한 투수 심수창은 연봉 7000만원에서 절반 이상이 줄어든 3000만원에 눈물 젖은 사인을 해야했다.

신연봉제의 핵심은 팀승리 기여도로 통하는 WS(Win Share·윈 셰어)에 있다. 이긴 경기에 대한 고과 비중을 대폭 끌어올렸다.

풀어 말하면 특정선수가 승리 경기에 얼마나 공헌했는지 수치화하는 작업이다. 

이긴 경기를 따로 뽑아 결승타를 때린 선수, 쐐기타를 때린 선수 그리고 희생번트를 연결한 선수에게 해당된 고과 점수를 주고, 투수 부문에서도 승리투수는 물론 중간계투로 디딤돌을 놓은 투수 등에 별도의 점수를 줘 고과를 차별화했다.

결과적으로 많이 이겨야 전체 연봉예산이 늘어날 뿐더라 WS에 적용받는 선수도 늘릴 수 있다.

LG는 기존 연봉고과 방식을 50% 적용하며 나머지 50%는 WS를 중심으로 한 고과로 뽑아냈다. 그게 신연봉체제라는 이름으로 완성됐다.

이에 따르면 LG 선수 가운데 고과 1위는 조인성이었다. 타율 3할1푼7리에 28홈런 107타점을 기록한 조인성은 기존 고과 방식에서뿐 아니라 WS에서도 팀내 넘버원이었다. 조인성은 WS만으로 전체 8개구단 선수 가운데 5위권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적인 연봉 고과 방식이 적용되다 보니 연차에 따른 연봉의 대체적인 흐름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줄곧 연봉 순위에서 윗선에 있던 선수와 새내기급 선수의 연봉이 하루 아침에 뒤집히는 경우가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도 종종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구단주는 “2군 아이들의 눈에는 빛이 반짝거리더라”며 신연봉제 효과를 소개했다. 

신연봉제가 내년 또 후년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 지도 관심사다. 야구는 단체종목이면서도 개인종목 성격이 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단체종목 범주 안에 들어가고 그에 따라 결정적인 승부가 나기 마련이다. 

이긴 경기가 많아야 하고 또 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해야하는 복잡다단한 고과 제도가 팀승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야구계는 궁금해 하고 있다. 

<안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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