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 형국’이다. 일본에서 신한류의 선봉에 선 여성그룹 카라가 18일 소속사 DSP미디어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 해당 관계자들은 물론 가요계 전체가 한바탕 소동에 휩싸였다.
동방신기를 시작으로, 슈퍼주니어의 한경을 거쳐 카라까지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일로 이어지자 업계는 말 그대로 패닉 상태다. 이날 가요관계자들은 하루종일 카라 사태의 배경을 둘러싼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리더 박규리를 뺀 카라의 네 멤버(한승연 니콜 구하라 강지영)는 19일 오전 법무법인 랜드마크를 통해 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 등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랜드마크는 취재진들에게도 상세한 보도자료를 통해 “소속사는 지위를 악용해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을 강요하고 인격을 모독했다”면서 “설명없이 각종 무단계약을 해 멤버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또 “카라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했고 멤버들의 좌절감이 큰 상태여서 소속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규리는 “도리가 아니다”는 모친의 조언을 바탕으로 이번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
현재 소속사 측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대응법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DSP의 대표 이호연씨가 지난해 3월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인 채 병원에 장기입원 중이어서 신속한 대응이 쉽지않을 전망이다. 소속사는 이날 오후 6시께 공식입장을 내놓으며 “구하라의 경우 이날 오후 소속사를 찾아 계약 해지 의사를 철회하고 남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면서 “근거없는 주장으로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기 위해 노력해온 소속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불미스런 문제가 확대되기를 원치 않으며 당사자간의 조정과 화해로 원만히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카라의 3인은 이미 20일 예정된 스케줄을 취소했다. 향후 다양한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 및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카라와 소속사의 갈등은 지난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식통에 따르면 활동 강요와 인격 모독 등의 주장 이면에는 일본 활동을 둘러싼 수익금 정산 문제가 개입돼 있었다. 지난 한 해 일본에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정작 멤버들에게 떨어진 돈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점이 카라 일부 멤버와 가족들을 자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와중에 카라 멤버들은 한차례 회계 자료 공개를 요구했고, 소속사가 자료 일체를 공개하는 일도 있었다. 문제는 카라는 물론 대부분의 일본 진출 그룹의 계약관계가 애초부터 국내 측이 불리한 조건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매출을 보면 100억원을 벌어들인 듯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매출이지 순이익은 아니다”면서 “또한 일본과 한국 측 계약 내용은 대부분 9대1로 체결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에 응하는 것은 초기 투자가 일본에서 이뤄지고, 향후 퍼센티지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카라의 소속사 역시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의 10분의 1 정도만 가져 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금은 다시 소속사와 멤버로 나눠지며 멤버 수로 다시 분할된다. 동방신기 3인, 슈퍼주니어 한경 등도 시종 이같은 문제로 소속사와 이견을 키워갔다. 더불어 계약기간과 처우에 대한 인식차도 문제를 복잡하게 키워갔다. 이와 별도로 가요계에는 카라를 스카웃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또다른 연예 관계자가 카라를 영입하기 위해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가요계의 표정은 심각하다. 소속사와 가수간 분쟁에 대해 법원이 최근 소속가수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린데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선입견에 기초한 것”이라며 반발했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측은 “20일 총회가 열리는데 카라의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배후 세력이 이번 일을 꾸몄다면 철처히 찾아 응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회사의 한 관계자는 “톱스타의 경우 갑과 을이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일련의 사태가 혹여 혐한류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일부의 음모에 이용될까봐 그게 두렵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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