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각 방송사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집극들이 제작되곤 했지만, 몇 해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특집극은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 제작기간이 많이 들고 시청률은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수한 단막극이야말로 드라마의 근간인만큼 특집극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올해는 KBS 2TV와 EBS에서 특집극이 방영된다.

KBS 2TV는 4일 오전 9시 50분 <영도다리를 건너다>를 방영한다. 2008년 KBS 극본공모 최우수상 당선작이다. 부산 영도에는 봉래산 할매가 섬을 떠나는 사람들을 망하게 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곳에 거친 뱃사람 백익덕과 그의 딸 백설이 산다. 고등학생 설은 무식한 아빠와 답답한 영도가 싫다. 백설은 서울에서 촬영온 영화팀의 조감독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임신한다. 익덕은 낙태를 종용하지만 설은 머뭇거린다. 임신을 계기로 친엄마를 찾아나선 설은 자신이 버려진 아이였으며, 자신이 벗어나고 싶었던 아빠의 그늘이 사실 자신을 거두어준 울타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진영이 뱃사람 백익덕 역을 맡았다. 정진영은 개봉중인 <평양성>에 김유신 장군 역으로 출연해 같은 시기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함께 등장하게 됐다. 그는 “최근 드라마 트렌드를 보면 내적 논리나 자기 완결성보다는 시청률에 의해 내용이 좌우되는데, 드라마 본래의 자유로운 미덕을 살린 <영도다리>의 대본에 끌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찾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의 김동준은 설의 동급생 지훈 역으로 얼굴을 비췄다. 고향이 부산이라 사투리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인, 내가 아닌 또다른 내가 된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고 연기 소회를 밝혔다. <초능력자>의 정은채가 백설, 방은희가 지훈의 어머니 역을 맡았다. 

EBS TV는 3~4일 낮 12시 20분 <울엄마 오드리>를 방영한다. 남편이 세상을 뜬 후 치매에 걸린 오태자. 젊은 시절 남편과의 추억만을 간직한 그는 자신이 오드리 햅번이라고 믿고 있다. 오태자는 큰아들 기태, 손자 동석과 재미있는 삶을 살아가지만, 가끔 기상천외한 일을 저지른다. 결국 태자는 동네 비닐하우스에 대형화재를 일으킨다. 배우가 되겠다며 집을 나간 둘째 기준은 태자를 한 요양원에 강제로 데려간다. 기태와 기준은 엄마를 입원시킨 일로 크게 다툰다. 결국 화재의 진짜 원인이 밝혀지면서 태자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엔 기준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시골 고향에서 엄마와의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는 큰아들 기태, 배우로서 성공하고자 도시에 나가 고향을 멀리하는 둘째 기준의 삶이 극명히 대비된다. 엄마의 치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되새겨본다. 아울러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감동을 전해준다. 

무당 역을 자주 맡아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경애가 엄마, <황해>에도 출연한 배우 곽병규가 기태 역으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