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제물? 얕보면 큰 코 다친다.’

2012 런던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B조에서 만나게 된 가봉은 8강 진출의 변수로 꼽힌다. 멕시코, 스위스에 비해 쉬운 상대로 보이지만 전력이 베일에 싸여 있어 ‘제물’이 아니라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일천하다는 이유로 우습게보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말리를 얕보다 간신히 3-3 무승부를 거두는 호된 경험을 한 한국으로서 가봉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대다.

대한축구협회도 가봉 파악에 총력전을 선언했다. 전력과 색깔 등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에 비해 성과는 많지 않은 편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국 관계자는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를 통틀어 한 번도 맞붙지 않은 상대인 만큼 자료 파악에 한계가 있다. 경기 영상을 하루 빨리 구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가봉의 전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다. 가봉의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일궈내 국가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클로드 앨버트 음보우로우낫 감독도 이름만 알려졌을 뿐이다. 나이, 경력 등은 알려진 게 없다.

사실상 유일하게 공개된 정보가 지난 해 12월 모로코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프리카챔피언십이다. 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린 이 대회에서 가봉은 3승1무1패로 우승했다. 조별리그 초반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3차전에서 코트디부아르에 3-1 대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준결승에서 세네갈을 2-0으로 꺾더니 결승에서도 모로코를 2-1로 물리치고 감격의 순간을 누렸다.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모로코 모두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강호들이다.

선수들 면면을 살펴보면 긴장감은 더욱 커진다. 아프리카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 21명 중 4명이 해외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봉의 떠오르는 선수로 꼽은 안드레 비요코 포코(19·보르도)를 비롯해 스티비 은잠베(21·마르세유), 레비 클레멘트 마딘다(20·셀타비고), 알렉산더 은도우음보우(20·오를레앙) 등이 전력의 핵이다.

100m를 10초8에 달려 프랑스 고속열차 테제베에 빗대 ‘아제베’로 불리는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이앙(23·생테티엔)까지 와일드카드로 가세할 경우 5경기에서 7골을 넣는 데 그친 공격력까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박주영의 팀 동료였던 그는 프랑스 리그1 득점 4위(13골)를 달리고 있다.

또한 경험이 풍부한 장신(1m86) 공격수 에릭 물룽기(28·니스)와 다니엘 커즌(35·사핀스)도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들이다. 물룽기는 니스에서 2시즌 연속 팀내 득점 1위를 기록했고 커즌은 프리미어리그 헐시티에서 뛰다 올해 자국리그로 돌아가 16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가봉을 얕보면 큰 코 다친다. 단순히 해외파가 많다고 긴장하는 것을 떠나 동기부여 자체가 남다르다. 어린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낼 경우 유럽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힘을 낼 것이다. 그나마 가봉이 어느 정도 경기력을 파악할 수 있는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라는 것이 위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