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실수의 경기’라고 한다. 손이 아닌 발을 사용하기에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25)는 남달랐다. 발로 할 수 있는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찬사가 뒤따랐다. 한 발 더 나아가 ‘신의 경지’라는 표현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신의 질투’였을까. 완벽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너무나 가혹했다. 그 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메시가 페널티킥을 놓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 가운데 바르셀로나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홈 구장 누 캄프에서 열린 첼시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원정 1차전에서 0-1로 진 바르셀로나는 홈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 역전을 위해 상대를 거세게 몰아부쳤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35분 세르히오 부르케츠의 선제골과 전반 42분 이니에스타의 추가골로 2-0으로 일찌감치 앞서 나갔다. 전반 추가시간 첼시의 하미레스가 한 골을 만회하는 바람에 위기에 몰렸지만 후반 시작 4분 만에 바르셀로나가 페널티킥을 얻어 기사회생했다. 2-1로 끝나면 1·2차전 합계 2-2가 되지만 원정다득점에서 밀려 바르셀로나가 탈락하는 상황. 반드시 골을 넣어야 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메시. 첼시 골키퍼 체흐의 움직임을 살피며 천천히 공에 다가간 메시는 왼발슛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렸다. 그런데 빠르게 날아가던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갔다. 순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일제히 탄식을 토해냈다.

실수는 곧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법. 바르셀로나는 72%-28%의 볼 점유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첼시를 압도했지만 1차전과 마찬가지로 ‘한 방’에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 롱패스 역습에 뻥 뚫려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침몰했다.

한 번의 실수가 메시에겐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많은 걸 잃게 됐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무려 14골을 터뜨렸다. 한 골만 더 보태면 챔스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골(15골) 역사를 쓸 수 있었지만 무산됐다. 또한 사상 첫 4회 연속 득점왕도 위태롭게 됐다. 2위 마리오 고메즈(바이에른 뮌헨)가 12골로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고메즈는 26일 레알 마드리드와 4강 2차전에 출전해 득점 사냥에 나선다. 뮌헨이 1차전에서 2-1로 이겨 결승도 바라볼 수 있다.

올시즌 무려 63골을 퍼부은 메시에게 이번 한 주간은 프로 데뷔 후 ‘최악’이다. 첼시와 4강 1·2차전, 레알 마드리드와 ‘엘 클라시코’에서 한 골도 못넣었고, 승리도 놓쳤다. 특히 첼시를 상대로 무려 8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다. 챔스리그 우승은 날아갔고, 정규리그 우승도 사실상 멀어졌다.

바르셀로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슬픔에 빠진 메시를 위로했다. 그는 경기 뒤 “메시가 그동안 팀을 위해 해준 것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첼시는 악조건에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썼다. 두 골 모두 전반과 후반 추가 시간에 넣었다. 예술축구를 이긴 역습의 치명적인 매력이었다. 또한 주장 존 테리가 전반 37분 비신사적인 행위로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빠졌지만 전략적인 수비전술로 아름다운 축구를 질식시켰다. 2차전을 2-2 무승부로 막아낸 첼시는 합계 3-2로 승리하며 4시즌 만에 결승에 올라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