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화 <MB의 추억>이 상영됐다. 영화는 2007년 대선운동 당시 이명박 후보자가 약속한 수많은 공약이 5년 후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보여줬다. 동대문에서 열린 첫 유세 부터 ‘경제 살리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 미디어용 상황 컷(사진·화면)만 얻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며 선거가 얼마나 허망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인가를 꼬집는다. 이 외에도 교육 관련 공약, 등록금 반값 시위 장면 등 5년 전의 말들과 최근 찍혀진 기록영상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관객들이 의미를 찾도록 했다.

이 영화의 연출자는 지난 해 TV 맛집 프로그램에 나온 식당과 방송사 간의 검은 커넥션을 폭로한 <트루맛쇼>의 김재환(43)이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 현직 대통령에 대해, 그가 여전히 파워를 가지고 있을 때 지난 선거를 반추해보고 성찰해보는 기회를 갖는거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시작을 먼저 한 것 뿐이다.”

김 감독은 “우리는 늘 다음 선거에 누가 정권을 잡고 어떻게 바뀔까만 생각한다. 아무도 ‘정산’에는 관심이 없다”며 “꼼꼼하게 정산하면 그 다음에 나오는 사람은 신중해지고 조심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루맛쇼>에 이은 김 감독의 ‘역지사지 프로젝트’인 <MB의 추억>은 2012년 유권자의 관점에서 2007년의 MB를 바라보기, 2007년 MB 관점에서 당시의 유권자를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왜 계속 사기를 당할까. 왜 자꾸 실수를 하고 속을까.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속았는지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12년 대선에서는 실수를 줄이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길 바랬다.”

그는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의 말과 행동들 촬영해놨다. 당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후 시점을 달리해서 이들의 말을 평가해보겠다”고 생각했다.

“진지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숫자와 도표로 분석해줄 수는 있을거다. 하지만 여러분 몇 퍼센트 속으셨습니다 라고 분석해주거나, 음모론으로 추궁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닌것 같다. 그건 신문이나 <나꼼수>에서 할 수 있는거다.”

김재환 감독은 이 영화를 웃고 있지만 씁쓸한 한 편의 코미디로 완성했다.

“난 겁이 없다. 아부도 하지 않고 해야한다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한다. 그냥 이렇게 태어난 것 같다.”

김 감독은 경향신문과만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MB는 쿠데타로 집권하지 않았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로 선출된 우리들의 대통령이다. (중략) 그날 저마다 뭔가를 꿈꾸고 기원했을 것이다. 묻고 싶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라는 <경향신문> 박래용 기자의 칼럼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의 기획 의도가 그 글에 고스란히 있었다”고 했다.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투표라는 건 미디어가 유포하는 이미지에 살짝 흥분한 대중이 앞으로 5년간 자신을 괴롭힐 사람을 뽑는 행위인 것 같다. (웃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에 빠지지 않고, 결국엔 희망을 가지고 투표에 참여하는 건 너무 중요한 것이다. 이 영화의 큰 메시지 중의 하나는 ‘투표하자’는 거다.”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은 스태프들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지난 4.11 때 찍은 투표 인증샷으로 구성돼 있다. 또 “세상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영화로 다음 선거의 시작을 끊은 것 뿐”이라며 이 영화에 대해 그 이상의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기를 권했다.

한편 영화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됐다. 주연 MB라는 자막이 뜨자마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한 관객은 “과연 이 영화가 대선 전에 (극장에서) 개봉 할 수 있을까요? ”라고 질문했다. 김 감독은 “선관위에서 배급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또한 “어떤 분들에게 이 영화는 호러일거고, 그 분을 사랑하는 분들은 안보러 올것 이기 때문에 흥행은 어려울 수도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개봉해서 ‘가카’께서 전국 무대인사를 다녀주면 흥행이 되지 않을까”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