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18살 어린 후배 안승민(21)은 등판을 마친 뒤 덕아웃에서 박찬호(39·이상 한화)에게 사과했다. 홈런을 맞고 최고참의 승리를 날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안승민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려 주며 “앞으로 그런 말 마라. 미안하다는 생각 말고 다음에 잘 던지겠다는 생각이나 하라”고 격려했다. 선후배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장면은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이것이 ‘찹 매직’이다. 한화가 3연패를 털어냈다. 이번에도 후배들에게 자신을 ‘찹’이라 부르라며 솔선수범하는 박찬호가 있었다.

한화는 29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넥센전에서 선발 박찬호의 5이닝 1실점 호투를 바탕으로 김태균(1점), 김경언(2점)의 홈런을 앞세워 6-3으로 이겼다.

앞서 2연전을 모두 내줘 또다시 3연패 위기에 빠질 뻔 했던 경기. 박찬호가 나서 연패가 끊긴 것만 벌써 3번째다.

박찬호는 시즌 첫 등판이던 지난 12일 청주 두산전에서 첫승을 따내며 개막후 3연패 중이던 팀을 구했다. 24일 광주 KIA전에 등판했을 때도 한화는 4연패 중이었다. 그 사이 또 한 번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우고도 져 침체돼 있던 한화는 박찬호 강판 이후 타선이 폭발해 16-8로 대승을 거뒀다.

이번에도 박찬호의 승리는 날아갔지만 그 직후 타선이 ‘반성’했다.

박찬호는 이날 5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3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2회 무사 1·3루에서 7번 김민우에게 내야땅볼로 준 선취점 외에는 실점 하지 않았다.

4일 쉬고 등판해 투구수 90개를 예정하고 나선 박찬호는 2-1로 앞선 5회까지 86개를 던져 6회 안승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화가 리드를 지킨다면 승리투수는 박찬호의 몫. 그러나 안승민이 6회초 역전 2점 홈런을 맞아 박찬호의 시즌 2승째는 날아갔다.

어려운 가운데 호투해준 맏형의 승리가 날아가자 한화 타선은 곧바로 확 달라졌다. 6회말 김경언의 재역전 결승 투런포를 포함해 6안타 1볼넷에 희생타를 더하며 4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었다.

지난 해 한화는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 만큼은 반드시 이기자는 각오로 뛰었다. 올해는 거기에 맏형 박찬호를 향한 ‘충성’이 더해지고 있다.

박찬호는 “연패 중이라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능력이다. 우리의 목표는 승리”라고 말했다.

롯데는 강민호의 8회 쐐기 투런포에 힘입어 사직구장에서 LG를 5-0으로 꺾었다. 롯데는 팀 역사상 두번째로 높은 4월 승률(6할6푼7리)로 공동 1위를 유지했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선발 김승회의 7이닝 3실점 호투 속에 손시헌의 8회말 역전 결승타로 KIA에 4-3으로 역전승했다. KIA 선발 윤석민은 5.2이닝 2실점을 기록했으나 불펜의 난조로 시즌 2승 도전에 실패했다.

삼성은 문학 원정에서 선발 배영수의 8이닝 3자책점 역투를 앞세워 SK를 9-4로 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