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계절이다. SK 베테랑 박정권(32)이 개막 사흘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박정권은 지난 주말(31일) LG와의 홈 경기가 끝난 직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계속된 타격 부진 탓이다. 박정권은 개막 2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삼진은 2개를 당했다. 31일 경기에서는 첫 두 타석에서 3루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6타석 연속 범타를 기록하자 7회 대타 조성우와 교체됐다.

박정권은 올시즌 이호준이 이적하면서 공백이 생긴 4번 타자를 맡을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런데 좀처럼 부진 탈출의 기미를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앞선 시범경기에서 타율이 2할5푼(24타수6안타 3타점 3득점)에 머물렀다. 이 사이 삼진은 12개나 당했다.

이만수 감독은 경기 뒤 박정권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팀이 개막 2연패에 빠진 상황에서의 극약처방이다. “개막 엔트리를 짜면서도 박정권을 넣을지 여부를 놓고 많이 고민했다”는 이 감독은 “지금 우리팀 타선에서는 박정권이 터져줘야 하는데 전혀 안 되고 있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감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가뜩이나 힘이 떨어진 타선에 베테랑 타자가 한 명 더 빠지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타격 컨디션도 문제지만 마음을 다시 잡는 ‘힐링’도 필요할 것 같다. 앞서 박정권은 작년에 이어 올시즌에도 주장을 맡았다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장 완장을 정근우에게 넘겨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박정권의 빈자리는 2년차 내야수 박승욱이 채운다. 지난해 상원고를 졸업한 뒤 3라운드 전체 31번으로 SK 유니폼을 입은 박승욱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받은 뒤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27타수8안타) 2루타 4개 6타점 4득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주포지션이 정근우가 버티는 2루수라 개막 엔트리에는 들지 못 했다.

박승욱의 합류로 SK의 세대교체 실험은 더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이명기, 한동민, 조성우 등은 지난 2경기에서 비록 팀은 패했지만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우승 후보인 두산과의 주중 3연전에서는 이들과 함께 여건욱, 문승원 등 투수조 ‘젊은 피’가 등판을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