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무리 투수 봉중근(33)이 진화했다. 봉중근은 30·31일 SK와의 2013 프로야구 개막 2연전에 모두 등판해 1이닝씩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2세이브를 따냈다. 직구 구속이 140㎞ 중후반까지 올라온 것이 고무적이었다. 30일 경기에서는 직구 최고구속이 147㎞까지 찍혔다.

직구 구속의 증가는 투구폼 변화에서 이뤄졌다. 왼손 투수 봉중근은 올시즌 포수쪽을 향하는 오른발을 키킹할 때 1루쪽으로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2루쪽으로 집어 넣으며 몸을 꼬았다가 푸는 방식으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른바 ‘트위스트 봉’이다. 서있는 자세에서 그냥 체중 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살짝 꼬았다가 푸는 방식으로 체중 이동을 하므로 공 끝에 회전력까지 더할 수 있다.

SK-LG전을 중계한 김재현 SBS ESPN 해설위원은 “봉중근의 트위스트 동작이 구속을 증가시켰다. 더욱 좋은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숭용 XTM 해설위원도 “상황에 따라 구원왕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트위스트 봉’은 FA로 삼성에서 이적한 정현욱의 조언에서 나왔다. 봉중근은 “현욱이 형이 내 앞에서 던질 때 보면 타자들을 상대로 정말 세게 던진다”며 “그게 타자들 기선제압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무리 투수로서 강한 승부를 위해 구속 증가를 염두에 뒀고 그 고민의 결과가 ‘트위스트 봉’을 만들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트위스트 동작을 하려고 하다보면 자칫 밸런스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코치가 먼저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봉중근이 스스로 원했고 봉중근의 하체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밸런스를 잃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중근과 함께 정현욱도 ‘트위스트 투구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현욱은 “아직 중근이 만큼 많이 틀지는 못 한다”고 웃었다.

‘트위스트 투구법’으로 가장 유명한 투수는 LA 다저스에서 박찬호와 함께 뛰었던 노모 히데오다. 노모는 완전히 몸을 뒤로 돌려 놓은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 구속 증가 효과와 함께 타자에게 최대한 공을 늦게 보여주는 ‘디셉션’ 효과도 함께 이뤄졌다. 투구 동작이 클 경우 자칫 주자 견제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봉중근은 주자를 묶어 놓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봉중근은 마무리 투수로서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키는 중이다. 상대에 대한 기선제압이 먼저인 만큼 구속 증가와 함께 강한 이미지를 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봉중근은 개막 2연전에서 빠른 공뿐만 아니라 ‘오버 액션’에 가까운 몸동작으로 타자와의 대결에서 흐름을 자기 쪽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2009 WBC 일본전에서 이치로와 상대하기 직전 카메라 플래시를 지적하며 흐름을 바꿨던 그 모습 그대로다.

봉중근을 중심으로 유원상-정현욱-봉중근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탄탄해지면서 LG도 ‘이기는 색깔’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10년의 악몽을 떨칠 첫 단추를 잘 끼운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