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어둠 속, 그래도 한 줄기 빛을 보았다.

한화가 개막 2연패를 당했다. 그냥 연패도 아닌 역전패에 끝내기 패배다.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지만, 마운드와 수비 등 일찌감치 ‘최악’으로 평가받았던 약점들이 개막전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 맥이 빠질까 우려를 사고 있다.

그러나 중심타선만은 희망을 던져줬다. 김태완-김태균-최진행이 나선 한화 중심타선은 2경기에서 28타수 11안타를 쳤다. 타율 3할9푼3리로 8개 팀 중심타선 가운데 롯데(5할)에 이어 두 번째로 잘 쳤다.

한화는 스프링캠프부터 3번 타자로 못박아 뒀던 김태균을 4번 타순으로 돌리고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한 김태완을 3번, 최진행을 전과 마찬가지로 5번에 세웠다.

김태완은 두 경기에서 10타수 3안타 2타점, 김태균은 10타수 5안타 3타점, 개막전에서 침묵했던 최진행은 이튿날 살아나며 8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렸다.

한화가 두 경기에서 올린 10점 가운데 7점이 중심타선에서 나왔다. 비록 지긴 했지만 한화가 의도했던 타선의 흐름이다.

특히 김태균과 최진행은 원래 한화 중심타선을 지키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장성호가 나간 자리에 3년 만에 합류한 김태완의 활약은 한화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또한 6번 타자 정현석도 두 경기 모두 중요한 승부처에서 안타를 뽑아주며 제몫을 했다.

31일 롯데전이 표본이다. 1-0으로 앞선 6회초 3번에서 시작한 타선은 김태완의 2루타와 김태균의 플라이, 최진행의 2루타로 쉽게 한 점을 뽑았다. 장타력을 갖춘 세 명의 합작품이다.

2-5로 뒤지던 8회에도 1사 3루에서 땅볼이었지만 김태완이 타점을 올려준 뒤 김태균이 2루타를 치고 나가 롯데 마운드를 위협했다. 롯데 마무리 정대현이 등판했지만 최진행이 우중간에 적시타를 날려 1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어 정현석까지 중전안타를 쳐내자 정대현은 최근 3년 동안 5개밖에 없었던 사구까지 던졌다.

국내 최고 제구력을 갖춘 정대현을 흔들었을 만큼 중심타선에서는 한화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개막 전 “우리는 뛸 선수가 없으니 홈런을 200개 쳐야겠다”고 올해 한화가 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제시했다.

결국은 장타력, 중심타자들에게 기대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