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가 같은 시기에 가을 야구를 한다. 스승은 한국에서, 제자는 바다 건너 일본에서 큰 경기를 치르고 있다.

LG 김무관 타격코치(59)와 소프트뱅크 이대호(32)의 이야기다.

LG는 4강에 진출한 뒤 준플레이오프는 물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가을 잔치를 즐기고 있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가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 오랜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대호의 팀은 일본시리즈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간 이후 김 코치와 같은 시기에 가을 야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 코치는 롯데 타격코치 시절 이대호가 최고 타자로 등극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 스승이다. 2006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타격코치로 부임한 김 코치는 이대호의 타격 능력을 키웠다. 그 결과 당시 2할대 중반의 타율을 기록하던 이대호는 2006시즌에 3할3푼6리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이자 매 시즌 3할대 타율을 올리는 타자로 거듭났고 일본에서도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바다 건너 있는 제자는 스승에게 종종 연락하곤 했다. 타격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고민을 털어놓았고 스승도 진지하게 조언을 했다.

최근에는 각자 단기전에 몰두해야했기에 연락을 자주하지는 못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김 코치는 “나도 요즘은 우리 팀 신경쓰느라 바빠서 일본시리즈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대신 그동안 했던 조언을 이대호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 코치는 “내가 항상 대호에게 욕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잘 조절을 해야한다고 말하곤 했다”며 “마음을 비우고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대호는 전날 열린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2타석만 소화한 뒤 오른 손목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 코치는 “평소에 아프다고 하는 애가 아닌데…”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에서 이대호는 용병이다. 게다가 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다. 그런 부담감을 김 코치는 잘 알고 있다. 김 코치는 “거기에서는 용병이니까 팀은 물론 선수들이 기대하는게 많을 것이다.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동안 그런 부담감을 잘 이겨낸 이대호이기에 김 코치는 굳게 믿고 있다. 김 코치는 “이대호는 전투력이 좋은 아이니까 잘 해낼 것”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