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빚어진 팀워크 와해 논란이 뜨겁게 번지고 있다.

세 선수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팀추월 경기에서 골인 순간에 한 선수가 현저하게 처져 들어온 팀워크 실종 장면은 국민적 비판 대상이 됐고, 과열된 분위기는 해당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팬들의 거센 질타에 대표팀은 올림픽 기간 중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와 함께 해명했다. 해당 선수들의 경기를 남겨둔 대표팀의 사기도 최악으로 떨어졌다.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체대), 노선영(콜핑팀)이 호흡을 맞춰 출전한 여자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네덜란드와 겨뤘다. 400m 트랙 6바퀴를 도는 레이스에서 이들은 서로 앞서고, 밀어주며 호흡을 맞췄으나 마지막 바퀴에 스퍼트를 올리는 과정에서 노선영이 앞선 두 선수의 스피드에 맞추지 못하고 뒤로 처졌다. 한국은 노선영이 골인한 3분03초76의 기록으로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들이 떨어져 들어오는 마지막 장면에 방송 해설을 하던 전문가들은 일제히 “팀워크가 무너졌다”며 아쉬워했다. 팬들은 노선영을 챙기지 않고 자신들만 질주한 두 선수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노선영이 빙상연맹의 행정 실수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가 곡절 끝에 다시 합류하는 과정과 더해져 선수들 사이의 불화설로 연결됐다. 또한 김보름이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실패 이유를 노선영의 부진 탓으로 들릴 법한 뉘앙스를 풍겨 팬들의 화를 키웠다.

2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 기자회견장에 나선 백철기 대표팀 감독은 “결과적으로 작전 실패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드린다”면서 “경기 전날 밤 세운 작전대로 달렸으나 마지막에 계획과 달리 틀어졌다”고 말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체력과 스피드가 달리는 노선영을 중간에 넣는 작전에서 김보름과 박지우가 앞서 끌고 노선영이 최선을 다해 따라가 기록을 단축하는 작전으로 변경했다는 얘기다. 백 감독은 “노선영 선수가 직접 저에게 와서 이야기했다. 노선영의 1500m 기록이 굉장히 좋았고, 의욕에 차 있었다”고 말했다.

김보름은 “앞의 4바퀴를 잘 탔고 해낼 수 있다는 욕심에 시간을 당기는 데에만 너무 신경 썼다. 결승선에 다 와서야 선영 언니가 처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제 잘못이 크고, 제 인터뷰에 많은 분들이 상처를 받으신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선영이 함께 나올 예정이었으나 회견 30분 전에 감기 몸살을 이유로 번복했다. 박지우도 나오지 못했다. 백 감독이 “선영 언니가 안 가면 자기도 못 나가겠다며 벌벌 떨고 충격에 빠져 있다”고 전할 때 김보름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한편 노선영은 이날 밤 한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마지막에 3번으로 뛰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으며 팀추월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기자회견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백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선영이가 맨 뒤로 빠지겠다고 한 것을 나만 들은 게 아니다”라며 “기자회견까지 열어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