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남 남해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KIA 캠프를 찾았다. 마침 서재응(31)이 떠나려 하고 있었다. 올해 한국에 돌아오면서 평범한 대한민국 30대 남성이 된 서재응은 사흘 간의 예비군 훈련을 위해 광주로 이동하려던 중. 한 달 간의 마무리훈련을 마친 서재응을 붙잡고 잠시 얘기를 나눴다. 내년을 위해, 그에 앞서 스프링캠프를 위해, 서재응은 생각보다 꽤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09년, 또다른 반전

　2006년 LA다저스에서 탬파베이로 옮긴 서재응은 체중을 급격히 늘렸다. 투수코치가 볼에 무게를 주자며 체중을 늘리라고 권해 95㎏이었던 체중을 103㎏까지 불렸다.

　그보다 훨씬 전에 투구 폼을 바꿨다.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였지만, 99년 팔꿈치 수술 후 구속이 전같지 않았다. 그래서 꼿꼿하게 서서 던지는 상체 위주 피칭으로 바꿔 컨트롤 투수가 됐다.

　2008년 11월 서재응은 이 두가지를 다시 바꾸고 있다. 투구 폼은 하체에 힘을 주고 던지는 것으로 바꿨다. 뒤에서 축이 되는 오른 다리를 굽혔다. 볼끝을 살리기 위해서다.

　“어차피 지금 150㎞까지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과 달리 타순에 따라 볼을 잘 골라내는 한국에서는 더더욱 볼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체에 힘을 줘 버티려면 100㎏이 넘는 체중은 부담이다. 그래서 감량을 시작했다. 시즌을 마칠 때만 해도 104㎏이었던 체중이 지금은 97㎏이다. 한창 좋았던 메이저리그 시절엔 93~95㎏이었다. 그래도 10년을 쓰던 폼인데, 갑작스러운 변화다.

　“미국에서 버렸던 폼도 이미 6~7년 쓰던 것이었다. 수술 후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한국은 미국과 또 다르다. 정신적으로도 수술 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다. 현재를 내 야구인생의 또다른 반전의 시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올해 31세인 서재응은 “예를 들어 35세에 은퇴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시점을 36~37세까지 연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투구 폼을 정확히 익히면 2~3년 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우승? 내년도 가능하다

　한국에서의 목표를 묻자 “타이거즈가 우승 한번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태에서 KIA로 바뀐 이후 10년 동안 한번도 우승하지 못한 KIA. 최근 몇년 새 최하위를 두번이나 하며 약체로 전락했다. 많은 기대를 받고도 6위에 그친 올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과 최희섭이 꼽혔다.

　서재응은 “한국행을 결정한 뒤 솔직히 운동을 못한 채 스프링캠프에 들어갔다. 급히 페이스를 올리다보니 부상이 왔고 그게 시즌 내내 이어졌다”고 돌이켰다.

　뭔가 바꿔보기로 결심한 것도 그래서다. 내년 KIA의 부활은 최희섭과 함께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서재응은 “올해 결정적인 순간에 3번 장성호를 거르고 4번 최희섭과 승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경우에는 연패를 끊어줘야 할 때 동점 상황에 3~4점씩 내준 경기가 많았다”며 “다들 얘기하듯 우리 둘이 살아나야 팀 성적도 좋아진다고 생각한다. 희섭이도, 나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KIA의 우승이 목표라니, 언제쯤이 될까. “내년이라도 우승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겨울 희섭이도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올해 캠프에서 열심히 했고 스프링캠프 스케줄도 나왔으니 내년에는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WBC 나가겠다

　올해 부진을 반성하며 몸도, 생각도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태극마크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재응의 이름은 분명 언급될 것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WBC에 참가할 한국을 분석하며 에이스로 서재응을 거론했다. 지난 3월 베이징올림픽 예선에 허벅지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불러준다면 영광이다. 당연히 나가서 뛰겠다.” 사실 시즌 개막 직전인 3월 국제대회 출전은 상당한 부담이다. “솔직히 선수 입장에서는 그렇다. 내 경우 팔꿈치 부상을 오래 갖고 있어 부담은 있다”면서도 “올림픽 본선을 TV로 지켜보며 나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불러준다면 당연히 나가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 본선을 계기로 대표팀이 세대교체를 이룬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올림픽에서 투·타 모두 세대교체가 잘 돼 금메달을 따냈다”며 “MLB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메이저리그 출신이다보니 에이스로 꼽은 것 같다. 이제 에이스는 류현진·김광현·윤석민이다. 나를 불러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