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포수 김상훈은 최근 최희섭(29·KIA)의 체중 감량에 대해 “불쌍해서 못 볼 정도”라고 했다. 열심히 다이어트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실제 보니 정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16일 KIA 선수단 납회식에서 최희섭을 만났다. 턱선은 날렵하게 살아났고, 몸 전체가 탄탄해진 듯 보였다.날씬해진 몸과 함께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밝아진 표정이었다.

　#10년 만에 되찾은 몸

　정장차림이어야 하는 납회식. 최희섭은 오랜만에 양복을 입었다. 그런데 옷이 너무 컸다. 살이 빠진 흔적. “이만큼이나 남는다”며 바지춤을 들어보였다. 허리가 34인치로 줄어 바지가 흘러내릴 듯 컸다.

　최희섭은 석달 동안 무려 18㎏이나 뺐다. 120㎏대 후반에 머물던 체중이 현재 딱 108㎏이다.

　매일 지독하게 운동했다. 시즌을 마친 직후 산을 타기 시작했다. 매일 오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는 무등산 정상을 오르내렸다.

　식습관도 고쳤다. 그렇게 좋아하던 피자와 치킨·자장면을 석달 동안 한번도 먹지 않았다. 오후 5시 이후에는 웬만하면 먹지 않는다. 대신 아침을 푸짐하게 먹는다. 최희섭은 이날도 생선과 야채 위주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양을 먹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를 몸이 보여주고 있다. 배에 ‘王’자가 생겼다고 자랑해 만져보니 정말 살은 없고 단단한 근육이다. 최근 티배팅 스윙 스피드도 한결 빨라졌다는 평가다.

　최희섭은 “이렇게 가뿐한 기분을 느껴본 게 10년 만”이라고 했다. 10년 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막 고려대에 입학했을 때다.

　#부상과 부진, 변화의 이유

　달라지고자 결심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최희섭은 “몸이 너무 아파서”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KIA에 입단하자마자 경기 중 갈비뼈를 다쳐 시즌을 망친 최희섭은 올해도 부상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스프링캠프부터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렸고 5월에는 허리, 9월에는 어깨가 아팠다. 4번타자가 재활군을 오르락 내리락 했으니 하위권으로 떨어진 KIA의 성적, 그 절반의 책임도 최희섭 몫이 됐다. 그게 다 체중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역시 등산으로 다이어트한 여동생의 권유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최희섭은 “지난 2년 동안 정말 몸도 정신도 엉망이었다”고 털어놨다.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많은 일을 겪었다. 메이저리거라는 부담에 개인적인 아픔까지. 그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먹는 것으로 풀었다. 그것이 몸을 망가뜨렸고,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이어졌다.

　최희섭은 “담이 들 정도로 살이 쪄 한계가 왔고 방법을 찾아야 했다”며 시즌 중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어둔 사진을 내보였다. 상의를 벗은 채 엎드려 치료받고 있는 사진. 불과 몇달 전이지만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살집이 붙어있었다. 최희섭은 “가끔 이 사진을 꺼내보는데 정말 기가 막힌다. 돼지 같다”며 “몸이 그 상태니 부상이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마음

　하루도 빠짐없이 산 정상에 오른다는 것, 오기와 정신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가뿐한 몸을 되찾으니 마음도 달라졌다.

　최희섭은 “산에 올라가면 과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좋지 않은 기억은 잊고 부담감을 떨치자고 매일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 몸부터 만든 최희섭은 최선의 준비로 최상의 결과를 맺을 태세다. 12월에도 경북 포항에 훈련지를 따로 마련해 매일 체력훈련과 등산을 하고 있다. 체중도 3㎏을 더 뺀 뒤 스프링캠프에서 본격 기술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희섭은 “이제 더 이상 떨어질 곳은 없다”며 “내년에도 안되면 정말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좋고 각오도 돼 있다. 올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등산으로 효과를 톡톡히 본 최희섭. 산이 좋긴 좋은가보다. 머리에 웨이브까지 넣어 근사해진 모습에 “애인 생긴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결혼은 4~5년 뒤에나 해야 할 것 같다”며 “누가 산에 갈래, 여자 만날래 라고 물으면 산에 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