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세월. 처음에는 까마득히 멀어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출발 전에 가졌던 막연한 상상에 불과했다. 미국야구 코치연수는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 시간의 스피드를 느낄 새도 없이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 뒤에 남은 유익한 흔적들.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지난해부터 2년간 코치연수를 하고 LG로 복귀한 유지현 코치가 ‘스포츠칸’을 통해 54회간 연재한 ‘유지현의 ML 식스센스’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얘기를 ‘식스센스’ 마지막회에 담았다.

　#시작의 차이

　유 코치는 자신에 대한 책임감 얘기를 꺼냈다.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이었다.

　“여기서는 보통 엘리트 체육을 거치지 않으면 프로까지 갈 수 없다. 늘 남의 선택을 받으며 위로 올라와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달랐다. 스스로 선택한 길을 따라 움직이는데 그에 따른 책임의식이 자연스럽게 동반됐다.”

　마음가짐의 차이. 유 코치는 “출발의 차이가 그라운드에서 표현 방법도 다르게 한다”고 말했다. 플레이 작은 부분에 나타나는 절실함을 얘기했다.

　선택의 동기는 여러가지다. 유 코치는 “야구가 좋아서 야구를 바라보는 본토선수들과 달리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은 생활을 위해 야구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생결단하듯 덤벼드는 점은 다르지 않다”며 젊은 선수들이 야구를 앞에 두고 보이는 진지함 차이를 꼬집었다.

　#몇가지 착각

　다문화·다민족 국가 미국. 코리안 메이저리거도 꽤 많았다. 적응에 어려움이 크지 않을 줄 알았지만 생각 밖이었다.

　“소수 민족이 갖는 소외감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 여기에 언어문제까지 겹치다보니 첫 시즌에는 누가 옆에 다가오는 것조차 두렵기도 했다.”

　유 코치는 미국으로 건너간 2007년 전반기만 해도 이방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첫해 경험을 발판으로 둘째해에는 조금 여유를 갖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했는데 또 하나 쉽게 본 것은 미국야구의 피상적인 모습이었다.

　“글쎄, 자율야구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체는 그렇지 않았다. 자율이라는 말에 따르는 책임감은 엄청났다.” 유 코치는 그중 하나로 클럽하우스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내부규율 등을 소개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자율과 타율이라는 어감 차이일 뿐 지켜야 할 규제내용은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기억 속의 두 인물

　인상적인 2명의 지도자가 있다. 스타일은 반대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

　유 코치는 그중 한명으로 선수 육성에 능한 코치 이름을 댔다. 앤디 보틴 코치. 단순히 기술 전수가 뛰어나 인정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60살이 다 된 그는 어린 선수들 마음을 읽는 능력이 탁월했다. 선수가 가슴에 담아둔 꿈과 걱정을 읽어내서 대화로 연결했다고 했다. 유 코치는 “대선수를 코치가 만들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잠재력을 표면화하도록 돕는 것은 코치가 할 수 있는 일 같다”며 “보틴 코치는 그런 면에서도 엄청난 힘을 지녔는데 무척 닮고 싶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한명의 지도자는 마이너리그 총감독 페드로. 그는 마이너에 소속된 200여명을 끌어가는 리더십이 굉장했다고 한다.

　“그냥 단순한 카리스마라기에는 뭔가 모자람이 있다. 여러 말 하지 않고 개성 강한 여러 선수들을 한 데로 모아 끌고 가는 짧고 강렬한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시간에서 이런저런 기억을 꺼낸 유 코치. 유 코치가 이제 젊은 후배선수들을 만날 차례다.
　
　△유지현이 식스센스 독자에게 드리는 마지막인사

　처음에 글 쓰기 시작했을 때는 의욕만 있었던 같고, 회를 거듭할수록 표현에 대한 어려움은 더 크게 느꼈습니다. 그래도 ‘식스센스’가 그간의 경험을 정리할 기회가 돼 고맙게 생각합니다. 내 야구 인생에 소중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관심 가져준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제가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