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범경기. 첫 단추를 꿸 시간이다.

잘 해놔야 뒤가 편하다. 각 팀 사령탑이 이른 봄, 주전라인업 및 투수 보직을 결정해야 하는 일도 비슷하다.

밑그림을 잘 그려야 뒷처리가 수월하다. 이같은 측면에서 한화 한대화 감독은 고민이 많다. 

감독 데뷔 시즌에, 다른 팀에 비해 선수 자원도 넉넉치 않아 시범경기 내내 '결정의 화살'을 발사하기까지 망설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감독은 5일 스포츠칸과 전화통화에서 올시즌 마운드 구성의 관건인 마무리와 5선발 선정에 대한 조금 더 구체화된 얘기를 내놨다. 

#"마무리 낙점? 구대성 구위회복이 열쇠"

한 감독은 베테랑 중에 베테랑 구대성(41), 그리고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양훈(24) 가운데 한명을 마무리로 쓸 방침을 세우고 스프링캠프부터 저울질했다. 가능하면 경험 많은 구대성이 그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대성이 마무리로 시즌을 맞으려면 시범경기에서 좀 더 무게 실린 구위를 보여줘야 한다.

한 감독은 "오키나와 캠프 막바지 구위로는 쉽지 않다. 일단은 구위부터 찾아야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일 삼성전 얘기였다. 구대성은 오키나와 캠프에서 열린 삼성과 연습경기에서 0.2이닝 동안 3안타 2실점했다. 삼진 1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2개를 허용해 구위가 썩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가 저물 때까지 지금 정도라면 마무리 기용은 어렵다는 게 한 감독의 계산이다. 

구대성 또한 직구 구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결국 시범경기 등판에서 갈린다. 직구 구위가 관건이다.

#"5선발 김혁민? 유원상? 요녀석들…"

"나를 일부러 놀리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야. 허허."

한 감독은 쉰 소리를 섞어가며 구수한 웃음 소리를 냈다. 

오키나와 캠프부터 같은 경기에 김혁민과 유원상을 연이어 등판시켜 경쟁을 붙여봤지만 여전히 한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투수 모두 빈틈없는 쾌조의 레이스를 하거나, 하나 같이 부진해 선택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한 경기에서 김혁민이 우세하면 다른 경기에서는 유원상이 돋보이는 엇박자가 거듭되고 있다.

지난 22일 삼성전에서는 유원상이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고, 김혁민이 3이닝 무실점으로 날았는데 27일 SK전에서는 상황이 뒤바뀌었다. 유원상이 5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김혁민은 2이닝 동안 5실점(3자책)으로 무너졌다.

이들의 레이스는 시범경기까지 이어진다. 한 감독은 "이거 참 어렵다"며 시범경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