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 듯하니 쉬워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류현진(23·한화)은 지난 17일 잠실 LG전에서 9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이번 시즌 23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부터 따지면 29경기 연속이었다.

크리스 카펜터(세인트루이스)가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기록(22경기)과 최다경기 연속기록(26경기)을 모두 경신했다. 이른바 비공인 세계기록이다.

류현진은 "처음에는 의식하지 않았는데, 시즌 중반부터 퀄리티스타트가 참 매력적인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고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경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며 "기록을 세워서 당연히 기분은 좋다. 하지만 힘들었다"고 했다.

퀄리티스타트의 기준은 6이닝 3자책 이내다.

류현진은 "얼핏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방어율이 얼만데…."라고 말했다.

6이닝 3자책을 방어율로 계산하면 무려 4.50이다. 크게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 자체로 보면 선발이 6이닝을 3자책 이내로 막으면 승률이 매우 높아진다. 매 경기를 6이닝 이상 버티거나, 3실점 이내로 막는 투수도 많지 않다.

특별했던 자신의 '비결'에 대해 류현진은 "나같은 경우는 한 번 등판해서 많이 던지기 때문에 감독·코치님이 정확히 등판 간격을 지켜주셨다. 원래 선발이면 컨디션이 나쁜 날도 있는 법인데,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이야기하던 그때, 옆을 지나던 봉중근(LG)이 거들었다. 봉중근 역시 올해 24경기에서 16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봉중근은 "사람들이 퀄리티스타트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지만 절대 쉽지 않다"며 "어떻게 시즌 내내 퀄리티스타트를 할 수가 있나. 이런 선수랑 WBC 때 룸메이트였다니 영광이다. 9경기 연속 홈런만 아니라 이 기록도 KBO에서 상을 받아야 하는 대기록"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어제 경기 전에야 알았지만 세계기록이라니 기분은 좋다. 이제 목표는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라며 "5경기 남았는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