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하셨어요.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란 말씀도 하시고요.”

1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한 선수가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LG 박종훈 감독(52)의 아들인 SK 내야수 박윤(23)이었다.

박윤은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첫 선발출전 경기를 치른 뒤 박 감독과 나눈 통화 내용을 전하며 수줍게 웃었다. 박윤은 이 날 7번 지명타자로 나서 4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을 올렸다.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초에 대타로 출장, 1군 데뷔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좋은 활약을 이어나가면서 부자간 맞대결 가능성을 높였다. SK는 17일부터 잠실에서 LG와 3연전을 치른다.

아버지와의 맞대결이 떨릴 법도 하건만 박윤은 미리 겁먹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떠나서 상대팀 감독과 선수로 만날 겁니다. 우선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경기장을 벗어나면 박종윤-박윤 부자는 그 누구보다 애틋한 사이다. 박종훈 감독은 공부를 잘했던 박윤이 학업 쪽에서 성공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박윤은 2007년 SK 와이번스에 2차 5번으로 입단한 뒤 계속 2군에서만 머무르는 고생을 했다. 그러다 지난 10일 4년 만에 1군에 등록되는 경사를 맞았다. 속깊은 아들은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도 미리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다. 등록이 될지 안 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아버지가 실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에게 박 감독은 아버지이자 동시에 든든한 야구 스승이다.

“아버지께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하시는 걸 꺼리세요. 대신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심리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많이 얘기해주세요.”

박윤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타격연습을 위해 총총 걸음을 뗐다. 박 감독을 꼭 닮은 뒷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