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 어디 있어요?”

두산-KIA전이 비로 취소된 24일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에서 타격 훈련 차례를 기다리던 김선빈(22)과 안치홍(21·이상 KIA)이 두산 라커룸 주위를 서성였다. 둘 다 정수빈(21·두산)을 찾았다.

또래인 셋은 청소년 대표팀에서 또 프로에서 만나 모두 친하다.

화장실부터 웨이트 훈련장까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정수빈이 나타난 것은 약 30분 뒤.

2주만에 1군에 복귀해 ‘보고 싶어’ 찾아다닌 안치홍과 달리 김선빈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김선빈은 대뜸 정수빈의 배트 케이스를 들여다보며 방망이를 고르기 시작했다. 정수빈도 “그건 별로고, 이게 괜찮겠다”며 직접 골라줬다.

사실 김선빈은 지금까지 정수빈의 방망이로 경기해왔다. 우연히 받은 방망이를 갖고 출전했는데 불꽃 타격을 뿜기 시작했다.

김선빈은 24일 현재 타율 3할8리·3홈런·3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4월과 6월, 타율 3할을 넘기며 14타점씩 올렸다. 이 불꽃 타격이 알고보니 모두 정수빈 방망이에서 나왔다.

지난 SK 2연전에서 7타수 3안타에 ‘무타점’으로 흐름이 끊기자 새 방망이를 찾아나선 것.

한참 상의 끝에 한 자루를 고른 김선빈은 “(정)수빈이 방망이로 잘 쳤는데, SK전에서 끊겨서 새로 하나 얻었다”며 정수빈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신바람을 내며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수빈. ‘정수빈 기가 좋은가보다’는 말에 ”그런가봐요”라며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