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31·KIA)이 지난 23일 광주 SK전에서 김광현(SK)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개막 세 달이 되도록 부진에서 깨어나지 못하던 김상현의 앞선 6개 홈런과는 많이 달랐다.

김상현의 부활, 그 핵심은 바로 2009년에 있다. 김상현이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에 오르며 KIA를 우승으로 이끌고 야구 인생 최고 대박을 터뜨린 그 해다.

불과 2년 전이지만 지금은 너무 멀어 보이는 2009년. 김상현을 완전히 깨워줄 열쇠가 여기 담겨있다.

◇2009년을 기억하라

김상현은 22일부터 이틀 연속 KIA 조범현 감독과 특타훈련을 했다. 조 감독과 이건열 타격코치, 전력분석팀이 준비한 것은 김상현의 2009년 타격 자료다. 타격 비디오와 각종 데이터를 살펴본 뒤 특타훈련에 들어갔다. 그 결과, 2009년의 타격 메커니즘을 되살려 치라는 주문이 나왔다.

방망이 각도를 세웠다. 아래로 상당히 처져있는 김상현의 스윙 궤도를 세우기 위해 아예 정상 각도보다 더 세워 치게 했다. 그렇게 해야 이미 스윙 습관이 처져있는 상태에서도 정상 궤도로 칠 수 있다는 것이 조 감독의 설명이다.

이틀 동안 반복 훈련한 김상현은 이 스윙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조 감독은 “연습을 상당히 한 뒤 결과가 나왔으니 느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김상현도 100% 동의했다. “2009년 타격 비디오를 매일 보는데 ‘내가 어떻게 저런 폼으로 쳤던가’ 싶을 정도다. 그만큼 지금과 많이 다르다. 스윙과 스탠스 얘기”라며 “찍어치는 느낌으로 스윙 각도를 세우고, 힘을 뺀 간결한 스윙을 해야 한다. 물론 어제 그렇게 쳤다고 아직 감을 잡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느낌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훈련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을 잊어라

타격 메커니즘에서 2009년을 기억해야 한다면, 마음 속에서는 2009년을 잊기로 했다.

오히려 2009년을 떠올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법도 한데 김상현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김상현은 “2009년 기록을 보면 그 해 그 장면에서 이렇게 했지 하는 생각이 난다. 하지만 그해는 워낙 홈런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너무 그 것만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는 차라리 2009년을 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지워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홈런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해 부상으로 시즌 반을 빠진 와중에도 21홈런을 친 김상현은 개막 전부터 홈런왕 경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개막 직후 부진과 함께 부담이 돼 악순환이 된 셈이다.

김상현은 “사실 2009년 처음에는 멋 모르고 치다 잘 된 거고, 이후로는 잘 되다보니 상대 투수 특성도 파악하게돼 더 잘 칠 수 있었다. 또 공격적으로 치면서도 참을 공은 참았고 커트도 했다”며 “지난 해에도 노린 공에는 일단 다 홈런을 쳐 홈런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홈런 생각을 하다보니 힘부터 들어갔고 부담이 생겼다. 어제 연타석 홈런을 쳤어도 그건 단지 컨디션이 좋았을 뿐이라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경기해보려 한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