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못 먹는 게 어딨어.”

24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가 김성태에게 호통을 쳤다. 김성태가 다른 건 다 먹어도 근육강화 보조제와 영양제는 못 먹겠다고 하자 나온 말이다.

정 코치는 투수는 몸을 불려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공에 체중이 실려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코치는 “같은 구속이라도 타자가 직접 상대할 때 느낌은 다르다”면서 삼성 오승환을 예로 들었다. 오승환은 178㎝에 92㎏으로 다부진 체격에서 뿜어내는 돌직구가 일품이다. 정 코치의 눈에는 186㎏에 86㎏인 김성태의 몸도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정 코치의 눈길은 어느새 윤지웅으로 옮겨 있었다. 윤지웅은 181㎝, 71㎏으로 넥센 투수 중 가장 호리호리한 체격. 정코치는 윤지웅과 캐치볼을 하고 있는 송신영에게 다가가 “네 체중 좀 지웅이한테 떼어주라”며 농담을 건넸다.

정 코치는 현역시절 살을 찌우기 위해 눈물나는 노력을 했다.

“내가 대학시절 체중이 82㎏이었는데 죽기 살기로 먹어서 90㎏까지 불렸다. 밤에 라면 끓여먹는 건 기본, 아이스크림 한 통에 술도 못 마시는 데 맥주캔에 계란 두 개 풀어서 먹고 잤다.”

정코치는 불펜은 몰라도 선발 투수는 긴 이닝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체지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두루뭉술한 몸을 예찬했다. 그런 몸은 부상위험도 줄여준다는 것이다. 피처에게 유연성은 필수. 정 코치는 직접 투구동작까지 취해가며 “가슴에 근육이 많으면 이렇게 팔이 유연하게 돌아갈 수가 없다”고 시범을 보여줬다.

살찌우기는 투수에게 중요한 과제다. 단 전제가 있다. 운동능력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정 코치는 “100m를 15초에 주파하다가 살쪘다고 16초에 뛴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능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 찌우기. 투수들의 살찌우기는 고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