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 1회말 1사 1·3루에서 넥센 4번 박병호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 김민우가 홈을 밟아 1-0이 됐다. 다음 타자는 5번 알드리지. 상대 선발 김상현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넣고 다음 공을 기다리려는 찰나. 목동구장은 암흑천지가 됐다.

지난 4월 16일 대구구장 정전사태가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정전이 된 건 똑같지만 상황은 달랐다. 대구 삼성-두산전 정전사태가 낙후된 경기장 시설로 일어난 일인 반면 이날은 한전 측의 지역별 순환정전 조치에 따른 일시적인 정전이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3시 이후 전력예비력이 안정유지수준인 400만kw이하로 하락해 자율절전과 직접부하제어를 시행했지만, 전력예비력이 400만kw를 넘지 않자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정전을 시행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목동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운영2과는 한전 측으로부터 순환정전 조치로 인해 목동지역에 오후 5시40분 이후부터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구장쪽에서는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는 못한 상태. 그러나 정전 예고 시점부터 한 시간이 넘도록 정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오후 6시44분 경기장 전광판과 조명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모두 불이 꺼졌다. 이에 목동구장은 비상전력을 가동해 관중석 일부와 비상통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관중석은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술렁거렸다. 장내 방송을 통해서 상황이 설명되고 나서야 분위기는 진정됐다.

한 시간 가까이 지속된 암흑상태는 오후 7시33분 전광판 시계에 불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점차 나아졌다. 관중석과 구장 실내에까지 불이 다 들어온 오후 7시50분부터 경기는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