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제 실력 봤죠.”

농심신라면배 한국대표팀의 막내 안국현 3단이 약속을 지켜냈다.

안 3단은 12일 중국 베이징 중국문화원에서 열린 제1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제2국에서 중국의 신예강자 저우루이양 5단을 꺾고 한국 우승의 청신호를 밝혔다.

지난 10일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한국대표팀의 선봉장으로 부름을 받은 안 3단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1차전이 끝나는 금요일까지 계속 승리해 함께 베이징에 온 형들(원성진·김지석·강유택)을 편히 쉬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첫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의 호언장담에 물음표가 붙었다. 저우루이양 5단이 비록 단위는 낮지만, 현재 중국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최강자이기 때문.

그러나 대표팀과의 약속을 지켜내려는 안 3단의 투지 앞에서는 중국랭킹 1위도 두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이날 대국에서 안 3단은 중반까지만 해도 저우루이양 5단의 발빠른 행마에 밀리며 집부족의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끝내기의 달인’으로 통하는 안 3단은 종반으로 갈수록 힘을 냈고, 끝내기에 돌입해서는 한치의 빈틈도 없이 승리를 완벽히 갈무리했다. 308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계가한 결과 흑의 3집반승이었다.

이날 대국을 현지에서 지켜본 원성진 9단은 “초·중반까지만 해도 저우루이양 5단이 한 발짝 앞선 느낌이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안 3단이 힘을 발휘하며 승리를 닦아 나갔다”며 “끝내기에 관한 한 국내 최강을 자랑하는 안 3단의 강미를 그대로 보여준 한판이었다”고 총평했다.

안 3단의 승리로 한국대표팀은 이번 ‘베이징 전투’를 푹 쉴 수 있게 됐다. 한·중·일 3국이 연승전으로 대회를 치르는 만큼 안 3단이 13일 일본 선수와의 대국에서 패하더라도 금요일 마지막 대국이 중-일전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안 3단은 한국의 대회 11회 우승 가능성도 한껏 높였다. 대표팀의 선봉장으로 나서 중국의 최강자를 잡았기 때문이다. 막내의 투지를 지켜본 대표팀의 분위기 역시 “올해도 우리가 우승”이라는 기운이 가득 했다.

한편 안 3단은 대국 후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면서 “농심신라면배에 처음 출전해 조금 긴장했는데, 승리를 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일단 승리의 시동을 건 만큼 다음 ‘부산 전투’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소한 3연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안 3단은 13일 오후 3시(한국시간) 일본의 2번 주자를 상대로 2승에 도전한다. 이 대국을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cyberoro.com)가 실시간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