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축구대표팀 선수의 아버지와 소속팀 감독이 조광래 감독을 향해 대표 선발과 기용 문제에 대해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아들과 제자 사랑은 한편으로 이해되지만 이들은 현장에 몸담고 있는 축구인이자 지도자여서, 도를 넘는 권한 침해이자 이기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대표팀의 젊은 공격수 손흥민(19·함부르크)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당분간 대표팀에서 흥민이를 뽑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FC 유소년클럽 감독을 맡고 있는 손씨는 12일 인천공항에서 손흥민을 배웅하면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지금 흥민이는 대표팀에 들어올 만한 실력이 아니다”며 “소속팀에서 아직 적응못하고 있는 데다 몸 상태도 완전치 않아 무리해서 대표팀에 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고 팀도 어수선한 상황에서 15분여를 뛰려고 먼 길을 왔다갔다하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 무리다”면서 “팀에서 확고하게 주전으로 자리잡고 대표팀에서도 풀타임을 뛰면서 기여할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같은 발언은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7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손흥민은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3차전에서 후반 28분 지동원과 교체 투입해 17분여를 뛰었다.

특히 손씨는 인천공항에서 국내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역 때부터 알고 지내던 박태하 대표팀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격앙된 목소리로 이런 의견을 했다.

이같은 발언을 전해 들은 조광래 감독은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라 생각하고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대표팀 권한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그런 개인적 감정 때문에 선수 소집에 영향받은 일은 없다”고 못박은 조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 23명 모두 90분을 뛰게 할 수는 감독은 없다. 벤치를 지키더라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희생정신이 필요한 게 대표팀 선수”라고 강조했다.

15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제대로 기회를 잡지못한 이동국(32)의 소속팀 전북의 최강희 감독도 조 감독의 선수 활용 전략에 대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을 벤치에 앉힌 것은 웨인 루니를 쓰지 않은 것과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술의 축으로 활용하지 않을 거라면 왜 이동국을 뽑았냐는 것이다. 이동국은 폴란드와 평가전에서 전반 45분, UAE전에서 머리를 다친 박주영을 대신해 후반 10분간만 뛰었다. 그렇다면 소속팀 제자 서정진(22)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대표팀에서 ‘황태자’로 뜬 데 대해서는 어떤 논리를 펼 것인가라는 반문도 나온다.

아들과 제자를 위하는 입장에서 가질 만한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간절히 꿈꾸는 선수나 대표팀에서 단 1분도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을 무시한 사려깊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선수에게 사랑과 신뢰를 보여줬을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게하는 꼴이 됐다.

축구 지도자인 그들이 선수기용과 관련해 제 3자로부터 똑같은 불만을 듣는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