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선 잔인해져라.”

LG 김기태 감독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선수단 시무식에서 선수들에게 전한 핵심 메시지다.

김 감독은 신년 인사를 하는 내내 강렬한 어휘를 골라쓰며 선수들의 독기를 끌어내려했다. ‘잔인해지라’는 것은 결국 승부를 앞에 두고 ‘독해지라’는 뜻이다. 그간 LG 선수들이 고비를 만나면 늘 나약하게 주저앉았다는 것에 대한 깊은 반성이었다. 김 감독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설 때는 지구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람이 되라”며 강한 승부근성을 거듭 주문했다.

김 감독이 LG 유니폼을 입고 느낀 체감기온은 남극 수준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 김 감독은 이른 아침 출근길에 승용차에 올라타 몇 분이 지난 뒤 몸은 녹일 수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오늘 참 춥다. 그런데 우리 체감 기온은 더 춥다. 오늘 기온보다 훨씬 낮다”며 2012년 출발선에 놓인 팀의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지난 9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을 들어 “LG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죄송하다는 말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제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통하지 않는다”며 비장함을 전했다.

김 감독이 또 하나 강조한 것은 다른 각도에서 찾은 목표의식이다. 김 감독은 “매번 이 자리에선 목표가 나왔을 것인데 난 이기라는 주문은 안하겠다. 그 대신 우리의 목표는 60패”라고 했다. “60패만 하자는 생각으로 뛰자. 그 다음 결과는 나와 스태프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페넌트레이스 133경기에서 60패를 하면 73경기만 남는다. 최대 73승이 가능한데 이 정도 승수라면 적어도 3위권은 넘볼 수 있다.

다만 김 감독이 60패를 말한 것이 수치상 계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심리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설정이었다. 김 감독은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선수들에게 생길 초조함을 최소화하는 배경을 만들기 위해 ‘패수 목표론’을 꺼내들었다.

김 감독은 팀워크도 여러번 거론했다. “야구는 9명이 하는 것이 아니다. 1군 엔트리에 있는 26명만이 하는 것도 아니다. 다 함께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다 함께 살 수 있는지 모두 고민해야할 시기”라며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