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서 뛰던 아퀼리노 로페즈(37)가 이제 SK 마운드를 이끈다.

SK는 5일 “로페즈와 계약금 5만달러 연봉 35만달러 등 총 4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로페즈는 4년째 한국에서 뛰게 됐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로페즈는 2009년 KIA에 입단해 첫해 14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뒤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지난 해까지 3년 동안 통산 29승24패, 방어율 3.88을 기록했다.

특히 KIA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온 SK에 잘 던졌다. 승수는 4승4패지만 방어율 3.13으로 강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8이닝 3실점, 5차전 완봉승으로 2승을 거둔 뒤 7차전에는 불펜으로 등판해 0.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KIA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반 옆구리 부상으로 주춤한 데다 KIA 선동열 감독이 외국인투수 2명을 모두 왼손투수로 교체하기로 해 지난 2일 KIA 구단으로부터 방출됐다. 임의탈퇴 아닌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되면서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게 된 로페즈는 3일 만에 ‘천적’ SK로 이적해 특급 용병으로 뛰게 됐다.

SK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우완 마리오 산티아고를 영입하고 지난 해 6승(4패)·방어율 3.81을 기록한 브라이언 고든과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협상해왔다. 그러나 KIA가 로페즈를 내놓자마자 고든을 버리고 재빨리 로페즈를 잡았다. 당장 ‘위기’에 놓인 마운드 고민을 해결할 훌륭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SK는 선발진 가운데 송은범이 수술 받아 개막전에 나갈 수 없다. 불펜 엄정욱과 전병두도 수술받았다. 고효준은 군 입대하고, 정대현·이승호가 롯데로 이적했다. FA 임경완을 영입했고, 채병용과 윤길현이 군에서 돌아왔지만 당장 불펜은 물론 선발에도 공백을 피할 수 없다.

로페즈는 KIA에서 뛴 3년 동안 매년 150이닝 이상을 너끈히 던지며 경기 당 평균 6.2이닝을 소화했다. 3년 동안 볼넷이 110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다. 투수가 모자란 SK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이닝이터’다.

SK는 이날 오른손 투수 최영필(37)도 연봉 7000만원에 영입했다.

2010년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했으나 원소속팀 한화를 포함한 8개 구단 어디에서도 영입제의를 받지 못해 ‘FA 미아’가 됐던 최영필은 지난 3일 한화가 FA 보상권리를 포기하기로 결정해 자유의 몸이 됐다. 1997년 현대에서 데뷔한 최영필은 14년 동안 35승55패·13세이브·16홀드·방어율 5.02를 기록했다.

SK는 고든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KBO가 승인하면, 고든 역시 로페즈처럼 다른 팀으로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