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6·KIA), 류현진(25·한화), 김광현(24·SK).

차례로 한 살 터울인 이 세 투수는 대한민국 대표 에이스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는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지만, 소속팀으로 돌아가면 운명이 엇갈리곤 했다.

사실상 류현진과 김광현의 좌완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대한민국 에이스 구도가 지난해 윤석민의 왕좌 석권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부상을 당해 한 발 물러선 사이, 윤석민이 다승(17승) 방어율(2.45) 탈삼진(178개) 승률(7할7푼3리) 1위를 차지하며 20년 만에 투수 4관왕에 올라 마운드를 평정했다.

한 번씩은 영광과 아픔을 맛본 세 에이스가 2012년 시즌을 다시 출발한다. 올해 대한민국 에이스 3인방의 대결구도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김광현에게 가장 중요한 해

초점은 김광현이다.

윤석민이 왕좌에 올랐고 류현진은 부상 중에도 11승을 거둬들였지만, 김광현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거의 소화하지 못했다.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올해까지 2년 연속 부진하다면 셋의 대결 구도는 깨지게 된다. 2012년 목표를 부활로 잡고 출발하는 김광현의 이번 시즌 성패에 따라 향후 한국 에이스 구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김광현이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상태를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셋 중 가장 어리기도 하지만, 경기 중 한 번 흔들리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6년차를 맞는 올해는 안정감을 찾을 필요도 있다.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에이스는 저 투수가 나가면 이긴다 하는 안정감을 줘야 한다. 김광현은 지난 해 부상 등 여러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그런 점에서 흔들렸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며 “투수가 성적으로 올라섰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확실한 위치에 설 수 없게 된다. 한 번 올라섰을 때 그 자리를 어느 정도는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광현에게 올해는 아주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통과제는

윤석민과 류현진에게도 과제는 있다. 풀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부상없이 몸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통과제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둘 다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윤석민은 등판 간격이 짧아져도 견뎌야 하고, 어린 나이에 5~6년 동안 무리해온 류현진도 1년을 버틸 체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민은 그동안 5일 쉬고 등판하는 시스템으로 시즌을 치러왔다. 전임 조범현 감독이 어깨 부상전력 있는 윤석민을 고려해 등판 간격을 조절해준 결과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KIA의 6인 선발 로테이션도 그런 이유로 나온 시스템이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이 지휘하는 KIA 마운드 운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확실한 에이스 궤도에 올라선 윤석민이 등판 간격에 관계 없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류현진 역시 몸 관리가 변수다. 2006년 데뷔 이후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류현진은 지난 시즌 중 어깨 부상이라는 장애를 처음으로 만났다. 6년 동안 줄기차게 달려왔으니 이번 시즌 역시 부상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광현을 포함해 셋 모두 특유의 빠른 직구를 더욱 살려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셋의 공통점은 빠른 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민도 슬라이더의 비율이 워낙 높고, 류현진은 완급조절 위주 피칭을 하다보니 좌완 특유의 빠른 공 위력이 전보다 떨어진 감이 있다. 김광현 역시 힘에 의존해서 던지는 느낌이 강한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던질 수 있는 공이 필요하다. 누가 본인의 빠른 직구를 잘 유지하고 살리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