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수단에 분 민주화 바람에 ‘적토마’ 이병규(38)가 2012시즌 민선 주장으로 확정됐다.

대통령 선거 못지 않은 흥미진진한 득표전 끝에 당선된 것으로 프로야구 최초의 민선 주장으로 기록될 만했다. 이병규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시무식에 앞서 진행된 투표에서 기호 1번으로 나와 2번 입후보자 이진영(32)을 이겼다.

유권자만 무려 145명. LG 김기태 감독은 선수단뿐 아니라 프런트도 투표해 주장을 뽑을 것을 제안했고, 선수들과 구단 모두 흔쾌히 받아들여 유례없는 초대형 주장 선거가 성사됐다.

이날 투표에는 143명이 참여했다. 시무식 뒤 이어진 개표에서 과반인 72표를 먼저 획득하면 당선되는 원칙이었는데 이병규는 이진영보다 앞서 72표를 얻어냈다. 득표전은 박빙이었다. 개표 초반 11표-11표로 나란히 달리는가 하면 이병규가 40표를 넘어선 시점에서는 4표차 추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이병규 대세론’은 그대로 최종 결과로 나타났다.

이병규는 당선 인사에서 “이른 아침부터 투표해주셔서 감사드린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진영이 표를 많이 얻은 것 같다”고 해 시무식 도중 이어진 비장한 분위기에 다소 긴장해있던 선수들을 한바탕 웃게 했다.

이병규는 공식 행사가 끝난 뒤 비로소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팀을 보고 모래알, 모래알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제는 바위다. 단단한 바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후배간에 막힘없는 소통이 되는 팀 분위기를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이병규는 “이진영은 사실상 부주장이다. 어린 선수들과 소통을 위해서도 중간선수들이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이진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통을 잘해 행여 팀내 불화설 같은 게 나오는 일이 아예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규가 주장 타이틀을 얻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가 사령탑이던 2004년에도 주장으로 한 시즌을 뛴 적이 있다. 당시에는 코칭스태프 선임에 따라 주장이 됐는데 이번에는 선수들과 프런트의 지지로 중책을 맡아 자부심도 다른 듯했다.

이병규는 “말하자면 2004년에 나는 아기였다. 형들도 많아서 힘을 내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다르다. 선수들 투표로 됐으니 믿음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끌어갈 뜻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