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일까, 독일까.

프로배구 승부조작을 수사했던 대구지검이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를 선언하면서 야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긴장 속에 공포감도 있지만 답답함을 털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지검을 통해 프로야구 경기조작과 관련한 브로커 진술이 흘러나온 뒤로 프로야구는 의혹 덩어리로 변했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에게 실망을 안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야구계는 실체 없이 의혹만 부풀려지다가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서야 뭔일이 터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더구나 2012년 프로야구는 원년 이후 가장 화려한 시즌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국야구를 상징했던 해외파 선수들의 잇따른 복귀와 팀간 라이벌 구도가 날을 세우며 사상 최초의 700만 관중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야구 시장 규모를 몇 단계 끌어올리는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조작 의혹이라는 복병이 등장하며 프로야구는 대혼란의 문턱까지 밀려있다. 어떤 식으로든 처방이 필요하다.

대구지검은 의혹이 제기된 점에 대해서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브로커 진술을 통해 거론된 선수들과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자진신고를 한 선수 정도를 조사 대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선수들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들의 말대로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프로야구는 조기에 의혹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유례없는 대형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셈이다.

그러나 소환되는 선수 가운데 누구라도 혐의가 밝혀진다면 경기조작 정국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기전이 될 수 있다. 2012시즌 프로야구가 개막을 하기도 전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프로축구와 프로배구에서도 첫 입건 선수가 나온 뒤로 연루 선수가 쏟아져 나와 일대 파문이 일었다.

어느 쪽일까. 야구계는 그저 소나기처럼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