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과 소문만 산더미 같던 프로야구 경기조작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은 17일 “프로배구 승부조작 수사과정에서 프로야구 경기조작에 관한 진술이 일부 있었다. 자진 신고하는 현역 선수가 나온 점 등을 감안해 프로야구 경기조작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이 프로야구 경기조작 수사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다만 지난 해 프로축구나 최근 프로배구와 같이 대대적으로 수사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대구지검은 “야구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의혹이 제기된 점에 초점을 맞춰 수사할 방침”이라며 “프로야구 경기조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조작 여부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이 말하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란 프로배구 승부조작 브로커의 진술 내용인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달 프로배구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 강모씨는 “프로야구에서도 ‘첫회 볼넷’을 놓고 승부조작을 했다. LG 투수 2명이 가담했다”며 실명을 거론했다.

지목된 해당 선수는 대구지검에 소환돼 조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다른 한 명은 진주에서 훈련하고 있다.

넥센 투수 1명도 언론을 통해 “경기 조작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구단에 말한 것으로 전해진 뒤 실명이 알려졌다. 대구지검이 말한 ‘자진신고한 현역 선수’다.

이 선수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18일 귀국한 뒤 19일 일본 가고시마로 출국할 예정이다.

대구지검의 수사 계획에 따라 선수들의 훈련 일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불안에 떨고 있던 프로야구계는 대부분 검찰의 수사 착수 발표에 ‘차라리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막이 두 달도 남지 않았고, 한창 해외 전지훈련에 집중할 시기에 소문만 부풀어난 상황이다. 더구나 검찰이 “충분한 단서가 모이기 전까지는 수사를 시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야구계는 “선수들을 믿는다”면서도 언제 닥칠지 모를 검찰 수사를 우려해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막전에 일찍 깔끔하게 의혹을 풀고 가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털고 갈 것이 있으면 털고 가겠다. 질질 끄는 것보다 오히려 나을 수 있다”며 “시즌 전에 마무리하고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