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난다.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1승을 건졌다.
한화 한대화 감독이 이례적으로 경기 중 내야진을 소집했고, 한화 김승연 회장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꼭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한화 김승연 회장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잠실|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내야수들 마운드 집합
한 감독은 16일 잠실 두산전 3-3으로 맞선 7회말 수비 무사 1루에서 선발 투수 양훈에게로 향했다.
3-0으로 앞서다 실책 2개가 빌미 돼 3-3 동점을 내준 뒤 7회에 선두타자 최준석을 또다시 3루수 오선진의 송구실책으로 출루시킨 직후였다.
마운드에서 한 감독은 내야진을 모두 불러모았다. 포수 이준수부터 1루수 김태균, 2루수 한상훈, 3루수 오선진, 유격수 하주석이 한 감독과 투수 양훈을 둘러쌌다. 한 감독은 내야진을 향해 아주 짧게 몇 마디를 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한 감독은 투수 교체 시에도 웬만하면 직접 마운드에 오르지 않는 편이다. 더구나 경기 중 내야진까지 불러모은 것은 처음이었다.
한 감독의 의도는 딱 한 가지였다. 전날 경기 여파로 부담을 잔뜩 안고 얼어붙은 내야진의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되 집중력을 살려주기 위한 깜짝 미팅이었다. 한화는 전날(15일) 두산에 6-0으로 앞서다 실책 4개를 남발한 끝에 8-11로 역전패 했다.
그 과정에서 포구 실책을 저지른 3루수 이여상과 2차례나 실책을 기록한 유격수 이대수가 이날 2군으로 내려갔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한대화 감독이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동점에서 하주석에게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다. 잠실|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한 감독은 경기에 앞서 “단지 실책했다는 이유로 보낸 것은 아니다. 실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자신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실책이 반복돼 자신감을 더 잃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 같아 2군에 다녀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격수 이대수에 대해서는 “점심 때 얼굴을 보니 퀭 하니 도저히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보냈다. 가장 힘든 사람은 선수 본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굳어있었다. 그 자리에 들어선 3루수 오선진과 유격수 하주석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날도 앞서 실책 3개를 저지른 뒤라 한 감독이 내야진을 불러모아 다독였다. 한 감독의 극약처방이 효과를 본 것인지 한화는 7회 1점을 주고 역전 당하기는 했지만 이후 실책 없이 8회초 재역전 시켰다.
■난세 영웅은 무명 이준수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이준수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8회초 2사 2,3루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치고 2루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한화는 3-4로 뒤진 8회초 두산 불펜진을 공략해 재역전 시켰다.
영웅은 무명 포수 이준수(24)였다. 2007년 신일고를 졸업한 뒤 신고선수로 KIA를 거쳐 지난 해 9월 한화로 옮긴 이준수는 올해 처음으로 선수로 정식 등록된 완전 무명이다.
한화는 번갈아 선발 출전하던 포수 신경현 최승환이 모두 2군에 가있어 정범모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우고 있다. 7회 대주자로 교체된 자리에 이준수가 앉았고, 결정적인 8회에 타석에 섰다.
1사 1·2루 오선진의 좌전안타에 두산 포수 양의지의 실책이 겹쳐 4-4 동점을 만든 뒤 2사 2·3루. 이준수는 두산 이혜천의 2구째를 날카롭게 당겨 좌익선상 2루타로 2·3루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15일 두산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러 딱 한 타석 선 것이 경력의 전부였던 이준수는 데뷔 두번째 타석에서 프로 첫 안타를 결승타로 장식하며 한화의 승리를 만들었다.
■바티스타, 국내 첫 타석 데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바티스타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9회초 타자로 등장해 삼진 아웃당하고 있다. 잠실|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한화 마무리 바티스타는 6-4로 역전한 8회말 2사 1루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한화 입단 이후 첫 타석 데뷔전도 치렀다.
8회 4번 김태균을 대주자 백승룡으로 교체했던 한화는 지명타자 장성호를 8회말 1루수로 세우면서 9회초 4번 타석에 투수 바티스타를 세웠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타석에 들어선 바티스타는 방망이도 돌리지 않고 타석에 거의 가만히 서있었다. 2구까지 스트라이크를 보낸 뒤 3구째도 스트라이크로 생각한 듯 돌아 들어가려다 볼로 판정되자 다시 타석에 선 바티스타는 4구째 스트라이크로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간 뒤 9회에도 등판해 세이브를 거뒀다.
■회장님 앞에서 승리
김승연 회장이 16일 잠실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단을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잠실|이석우 기자 photop1@kyunghyang.com
이날 경기는 한화 김승연 회장이 지켜봤다. 개막 이후 처음으로 직접 야구장을 찾은 김 회장은 사적으로 약속했던 서울대 교수 150여명을 초청해 경기를 관람했다. 한화 그룹 임직원 7000여명이 3루 내야석을 점령한 채 “최강 한화”를 외치며 대규모 응원도 펼쳤다.
한화로서는 더욱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다. 이날 극적인 승리를 지켜본 김 회장은 경기후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단을 격려했다.
김 회장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특히 최고참 박찬호에게는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인사를 나눈 뒤 김 회장은 선수들을 향해 “프로야구 선수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앞으로도 이날처럼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선수들과 함께 “한화 이글스 우승!”을 외친 뒤 한대화 감독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