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이진영(32·LG)은 상대 수비수가 너무나 야속하기만 했다. 잘 맞았다고 생각한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기 일쑤였다.

어릴 적에는 자신의 타구를 잡은 선수를 꼭 기억해 두고 ‘꼭 잡아내겠다’라는 생각으로 수비에 임하곤 했다. ‘손으로 안되면 입으로라도 공을 물어 잡아내겠다’라며 투지에 불타곤 했다.

그러나 올시즌은 유독 정면타가 빈번해 심적으로 힘들어졌다. 투지를 살리기 보단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16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이진영은 “정말 힘들었다. ‘목숨 걸 정도로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했었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그러다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지난 4일 두산전에서도 7회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은 이진영은 상대 2루수 허경민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를 때려 역전 찬스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경기 내용을 잊지 못하고 끙끙대느라 늦게까지 잠을 못 이뤘겠지만 그 날은 항상 하던 패턴과는 반대로 했다. 집으로 귀가하자마자 밥을 먹고 오후 11시부터 작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변화가 생겼다. 이진영은 “정면타로 잡혀도 ‘잡힐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잊어버리고 신경 안 쓰기로 했다. 반대로 생각하니까 잘 되더라”며 웃어보였다. 그 결과 5월 한 달 동안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팀 타선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김무관 타격 코치도 “이진영이 클러치 능력이 좋아졌다”고 달라진 모습에 흡족해했다.

올 해는 특히 이진영에게 중요하다. 올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생애 2번째 FA 자격을 얻는 이진영은 “어떻게 하다보니 두번째 FA가 됐는데 행운이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매년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도 그 중 하나다. 그는 “나는 후배들과 격없이 지내려고 한다. 다들 너무 순진하고 착하다”며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지나가던 최동수가 이진영을 보고 흐뭇했던지 “요즘 좀 치나봐?”라며 농을 던지며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