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만해도 SK 윤희상(27)은 잘나갔다. 지난달 8일 KIA전과 14일 한화전에서 두 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SK 선발진의 든든한 축이 됐다.

그런데 그 뿐이었다. 이후부터 시즌 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지난달 20일 LG전에서 6.1이닝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쓴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2승째를 올린 후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윤희상은 마음을 다잡았다. 16일 올시즌 자신에게 첫 패를 안겼던 LG와의 경기를 앞둔 그는 공격적인 피칭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인구로 타자를 요리하기 보다는 맞서겠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 이대형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맞았다. 그러나 윤희상은 후속타자 박용택의 땅볼을 직접 잡아 1루로 송구했다. 이어 이진영, 정성훈을 모두 내야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없이 처리했다.

2회에도 첫 타자 이병규에게 2루타를 내줬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로 유도했다. 다만 3회 박용택에게 던진 조금 높이 뜬 145㎞짜리 직구를 정통으로 맞아 우월 솔로홈런으로 내준 것이 흠이었다. 홈런 외에는 별 탈 없이 LG 타선을 틀어막은 윤희상은 6이닝 1실점으로 오랜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타선에서도 5회까지 매 이닝 점수를 뽑아뒀던 터라 윤희상의 마음은 든든했다. 무려 한 달 만에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윤희상은 “맞더라도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이 통했다”며 웃었다. 그 동안은 공격적인 투구를 하려고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많이 흔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맞으면서 배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맞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자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는 “내 본래 의지대로 공격적으로 피칭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SK 이만수 감독도 그가 오랜만에 승리를 올린 사실에 기뻐했다. 이 감독은 “윤희상이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잘 던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