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그룹 부활이 3년만에 새 앨범을 낸다. 부활은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KT 올레 스퀘어 드림홀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13집 앨범을 소개했다. 리더 김태원(47·기타)은 14일 발매되는 정규 13집 <퍼플 웨이브>(Puple Wave)를 두고 “의미가 남다른 앨범”이라고 했다. 또 “20대들의 진취적인 느낌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멤버 서재혁(37·베이스)은 “한국 100대 명반으로 꼽히길 희망하고 있을 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연주하고, 또 노래했다”고 했다. 이 앨범은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3년, 또 녹음하는데 5개월이 소요됐다.

김태원은 “1987년 2집을 냈던 그때의 부활이 자꾸 떠오른다”고 말했다. 1986년 1집 성공 이후 안정적인 팀 분위기 속에서 맘껏 음반을 만들어 보았던 게 그 즈음이었단다.

“87년 이후 부활은 존재하느냐 소멸되느냐의 기로에 수없이 섰습니다. 올해로 28년째를 맞는 밴드이지만 23년 정도는 늘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었어요. 지난 몇 년간 주위는 안정됐고, 자연스럽게 창작에 집중할 수가 있었습니다.”(김태원)

쇼케이스는 화려하고 묵직했다. MBC <위대한 탄생> 출신인 손진영, 이태권의 축하 무대 이후 등장한 부활은 그동안 정성껏 매만져 온 신곡을 차례로 소개했다. 유려한 록사운드의 ‘리턴 투 이노센스’, 펑키하면서도 강렬한 ‘헤드업’, 록발라드 타이틀곡 ‘차갑다’ 등이 울려퍼졌다.

‘리턴 투 이노센스’는 87년 당시의 젊었던 부활, 순수한 로커의 정신을 되새기며 만든 곡이다. 부활은 사회적 화두를 소재로한 곡도 새 앨범에 담았다. 보컬 정동하(32)는 빨간색 확성기를 들고 노래했던 ‘헤드업’은 10대들의 왕따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노래였다. 팀명과 같은 ‘부활’이란 제목의 연주곡도 앨범 한 켠을 장식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체르트 2번곡을 록으로 편곡한 트랙이다. 데뷔 1집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35번, 2집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각각 록으로 바뀌 표현했던 부활은 모처럼 클래식곡을 다시 꺼내 ‘록화(化)’했다.

고 이남이의 미공개곡이자 고인의 딸인 이단비가 노래한 ‘컬러 오브 머징’도 수록됐다. 김태원씨는 ‘컬러 오브 머징’에 대해 “이외수씨가 술자리에서 고인이 평소 부르던 노래라며 들려줬는데 곧바로 우리 앨범에 꼭 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제민(43·드럼)은 “롤링스톤즈 등의 외국 밴드처럼 40년, 50년 이상 부활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부활의 신보 제목은 ‘퍼플 웨이브’(Purple Wave)인 까닭은 무엇일까.

“누군가가 부활의 색깔을 물어보면 회색 혹은 검정이라 답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부활은 감성을 노래하는 팀이고, 그 감성을 상징하는 것이 ‘퍼플색’이라 여겨집니다. 부활, 그리고 김도균(백두산), 신대철(시나위) 등과 같이 순박하고도 감성적인 사람들의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은 바로 감성의 시대가 우리에게 도래했음을 말해줍니다.” (김태원)

국내 록밴드가 13집을 발표하는 건 오랜만이다. 산울림이 1997년 정규 13집을 낸 뒤 15년여 년간 명맥을 잇는 팀이 없었다. 당분간 새 앨범 활동에 집중할 부활은 오는 17일 대구 학생문화센터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