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서보는 포스트시즌의 타석.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에 심장은 쿵쿵 뛰었다.

1회부터 3-0으로 앞선 2사 1·2루. 선발이 교체되고 이미 두번째 투수 웨버가 올라왔으니 추가 타점만 올려도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어리지도 않은 나이지만 태어나서 처음 서보는 포스트시즌 타석에서 흔치 않은 기회를 맞은 서른다섯살 포수 최경철은 이 첫 타석을 자신의 야구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었다.

LG의 늦둥이 주전포수 최경철이 201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MVP로 선정됐다.

최경철은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회 쐐기 3점 홈런을 날렸다. 이미 3점을 뽑아놓았던 LG는 최경철의 홈런으로 1회 6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한 끝에 13-4로 포스트시즌답지 않은 압승을 거뒀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최경철에게 사실상 첫 가을무대다. 지난해만 해도 LG의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최경철은 현재윤과 윤요섭에 밀려 존재하지 않았다. 최경철이 프로야구를 하면서 가을에 야구해본 것은 SK에 있던 2005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딱 1경기 대수비로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

데뷔 첫해인 2004년 한 번 쳐본 이후 통산기록에 홈런이라곤 올리지 못하던 최경철은 올해 데뷔후 첫 만루홈런을 포함해 4홈런을 쳤다. 홈런 4개가 모두 결정적인 순간 터져나와 LG를 구하며 아슬아슬 4강으로 끌어올렸다.

최경철은 올해 LG의 오랜 고민이던 주전 포수 딜레마를 해결해준 선수다.

지금은 다른 팀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는, 14년 동안 LG 안방을 지킨 조인성과 몫을 분담할 후배 포수가 크지 못해 고민하던 LG는 지난 5년 동안 트레이드로 포수를 3명이나 영입했다. 그 중 한 명이 최경철이다.

SK에 입단해 2004년 데뷔한 이후 10년 동안 백업, 거의 무명의 세월을 지내다 2012년 넥센으로, 지난해에는 LG로 두 번의 트레이드를 거친 최경철은 지난해만 해도 38경기밖에 못 나선 철저한 백업이었다. 그러나 현재윤과 윤요섭이 모두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올해 117경기를 책임진 LG의 주전포수가 됐다.

5월13일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포수는 더 이상 트레이드 없이 현재 전력으로 가져가겠다”고 선언한 양상문 감독은 올시즌 내내 최경철에게 신뢰를 보냈고, 최경철은 큰 무리 없이 마운드를 리드하며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내려갔던 LG 불펜 방어율을 지난해에 이어 다시 1위로 끌어올렸다. 매번 절묘한 시점에 타격까지 맹활약해 LG의 4강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생애 최고의 경기를 펼친 최경철은 “주자가 있었고 최근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기에 공격적으로 쳤다. 정규시즌이었으면 2볼에서 절대 치지 않았을텐데 오늘은 공격적으로 휘둘렀다”며 “우리 팀이 기선을 제압할 수 있게 만든 홈런이라는 점에서 정말 기뻤다. 올시즌 10년 만에 친 홈런보다 오늘 포스트시즌 첫 타석에서 친 홈런이 더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