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권 부탁 사절입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1년 중 가장 큰 집중력을 모아야 할 때다. LG 양상문 감독은 그래서 휴대폰을 잠시 꺼두기로 했다. 밀려들어오는 지인들의 입장권 청탁을 이번만큼은 휴대폰을 꺼둔 채 정중하게 사양한다.

양 감독은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앞서 ‘입장권 구매 부탁 사절’을 간접적으로 선언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도, 나도 입장권 부탁을 워낙 많이 받는다. 경기 전에는 투수든 타자든 상대 투수에 대해 생각하며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부탁받은 입장권을 전달하기 위해 기다리고 왔다갔다 하는 것은 선수들의 경기에 방해가 된다”며 “나부터 휴대폰을 꺼두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미 지난 18일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친 뒤 “당분간 휴대폰을 꺼두겠다”며 공개석상에서 양해를 구했다.

LG는 워낙 아슬아슬한 과정을 거쳐 4강 막차를 탔다. 지인들로부터 축하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하루 쉰 뒤 바로 준플레이오프에 들어가는 일정이라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휴대폰을 꺼두는 것으로 해석됐으나 실제로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정규시즌에도 주변 지인들로부터 입장권을 구매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관중을 정확히 집계하는 프로야구는 소위 ‘공짜표’가 없다. 선수들은 이런 부탁을 받으며 구단에 부탁해 입장권을 구입한 뒤 지인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경기 전 중앙 출입구를 기웃거리며 입장권을 건네주기로 한 지인을 기다리는 모습은 경기마다 자주 볼 수 있다. 잠시 뒤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라 경기 전 사소한 일 하나도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이때만이라도 지인들이 알아서 입장권 부탁을 자제해주면 좋으련만, 포스트시즌 입장권은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보니 부탁은 더욱 많아진다. 누구 부탁은 들어주고 누구에게는 거절하기도 어렵고, 일일이 다 응하다보면 경기력에 지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양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아예 휴대폰을 꺼두기로 했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까지 부탁을 받으라 말라 할 수 없어서 내 휴대폰만 꺼둔다”고 말했다. 간접적으로 선수들에게, 그리고 그 지인들에게 전하는 완곡한 메시지다.

LG가 이기기를 원하는 선수단 주변 지인들은 이번 포스트시즌 동안 적어도 입장권 부탁만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응원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