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보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맞은 것 같았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일까지 진행된 4위 싸움. 4위로 턱걸이한 뒤 하루만 쉬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맞았다. 상대는 일찍부터 길목을 지키고 있던 3위 NC. LG는 잡힐듯 말듯 아른 거린 4위 티켓을 잡느라 상대를 파악할 겨를이 사실상 없었다.

그런데 당사자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LG 양상문 감독부터 사령탑으로 첫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편안히 맞이했다. 1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두고 “생각보다 긴장되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미 포스트시즌 분위기로 지난 일주일로 보낸 터라 새삼스럽게 마음을 다잡을 일도 없다고 했다.

LG 베테랑 박용택은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내고 기다림 끝에 준플레이오프 승자 두산을 만나 패한 얘기를 꺼냈다. “지난해에는 먼저 올라가 기다리며 전력 분석하고 페이스 조절하면서 오히려 몸이 굳어갔다. 올해는 흐름 그대로 가고 있어 훨씬 낫다”고 했다.

LG 선수들은 11년만에 가을 잔치를 이뤘던 지난해와 달리 유연했다. 포스트시즌 창단 첫 진출로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상대를 1회부터 몰아붙이며 사실상 출발선상에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1회 1사 1·2루에서 4번 이병규의 좌중간 2루타로 2점을 선제한 것을 시작으로 NC 선발 이재학을 2사 뒤 강판시키고, 이어 나온 외국인 투수 웨버 역시 최경철이 3점 홈런으로 공략해 6-0 리드를 잡고 첫 공격을 마쳤다. LG는 넉넉한 리드를 안고 경기를 풀어간 끝에 NC에 13-4로 대승하며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 첫 판을 잡았다.

1989년 시작한 역대 23차례 준플레이오프 가운데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사례는 19차례나 된다. 그러나 3전2선승제가 아닌 5전3선승제로 열린 7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 패전팀이 역전 승리한 사례가 4차례로 더 많아 과거 전례로 2차전 이후 승부를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는 1차전에서 여러 토끼를 잡았다. 1승을 얻으면서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16안타를 퍼붓는 동안 3번 박용택-4번 이병규-5번 이진영-6번 스나이더 등이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남은 시리즈에서 라인업 고민 없이 순탄히 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 선발투수 류제국이 헤드샷으로 5회 조기 강판했지만 좌완 윤지웅을 시작으로 투수 6명이 남은 이닝을 나눠 막아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안지 않았다.

NC는 이재학의 조기 강판 뒤 또다른 선발요원 웨버를 등판시켜 4.1이닝을 막게 하면서 남은 시리즈 투수 운용에 짐 하나를 떠안았다. 1차전 운명이 갈리면서 마운드 체력전에서도 LG와 NC의 입장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NC 김경문 감독은 20일 마산구장에서 이어지는 2차전에서는 찰리를 올려 1승1패로 균형을 맞추는 데 올인하겠다고 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1차전 대승이 지나친 여유로 나타나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했다. LG는 리오단을 선발 마운드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