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개인전 모두 노골드.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 남녀 쇼트트랙 선수 2명씩이 결승에 올랐지만 금메달을 따는 데 실패했다. 남자 500m에서는 중국의 우다징을 따라잡지 못했고, 여자 1000m에서는 우리 선수끼리 충돌하며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레이스 도중 미끄러지는 불운까지 나왔다. 쇼트트랙 강국 한국 대표선수들을 향한 집중 견제 속에 악재가 잇따라 겹쳤다.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결승에서 한국은 3종목 모두 결승에 올랐으나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맨 처음 열린 남자 500m 결승에는 임효준과 황대헌이 나란히 출전했다. 중국의 우다징은 출발 총성과 함께 강하게 치고 나갔다. 뒷심이 좋은 한국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작전이었다. 황대헌과 임효준이 우다징을 따라붙었지만 역전을 위한 공간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실력이 비슷했던 황대헌, 임효준이 좋은 자리를 두고 오히려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우다징은 39초584의 기록으로 1위로 골인했다. 세계신기록이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가 그대로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우다징의 전략에 황대헌과 임효준은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여자 1000m에서는 한국 선수를 향한 집중 견제가 악재를 낳았다. 심석희와 최민정이 함께 결승에 진출했다.

중거리인 1000m에서 한국 선수 2명이 결승에 오른 것은 호재였다. 심석희가 4레인, 최민정이 5레인 등 가장 먼 쪽에 섰지만 예선에서 보여준 스피드라면 충분히 만회가 가능했다.

1000m 역시 한국 선수에 대한 집중 견제가 레이스 초반부터 나왔다. 캐나다의 킴 부탱과 네덜란드의 쉬지나 슈힐팅이 1·2위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500m 금메달을 딴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가 3위 언저리에서 심석희, 최민정의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한국 선수 상대 경험이 많은 폰타나는 최민정, 심석희의 바깥쪽 공략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심석희와 최민정이 맨 뒤에 처졌다.

최민정과 심석희의 스퍼트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다.

최민정과 심석희 모두 마지막 바퀴를 남겨두고 바깥쪽을 택했고, 가뜩이나 평소보다 많은 5명이 벌이는 결승 레이스인 탓에 공간이 여유롭지 않았다. 심석희는 경기를 마친 뒤 믹스드존 인터뷰에서 “레이스하는 도중에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쳤고, 충돌이 일어났다”며 아쉬워했다.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23바퀴를 남기고 임효준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따라잡기 불가능해졌다.

서이라는 “실력이 아닌,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패했다. 많은 성원을 받았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이경 SBS 해설위원은 “남자 500m는 그 정도면 잘했다. 우다징이 워낙 빠르게 치고 나갔다. 5000m 계주의 불운 역시 쇼트트랙에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여자 1000m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경기를 했다. 폰타나가 막은 것도 있지만 그걸 다 이겨낼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강릉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