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도 같은 마무리였다. 한국 쇼트트랙은 안방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다. 역대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을 딴 전통의 강국 한국은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여자 선수들의 금메달 2개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절치부심, 4년을 준비했지만 평창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끝내 화려한 부활에는 실패했다.

임효준과 최민정이 각각 남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우승하며 대회 중반까지 금메달 3개를 따 큰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쇼트트랙 마지막 날 3개 종목에서 금을 추가하지 못했다.

황대헌과 임효준이 남자 500m에서 은·동메달을 땄고 최민정과 심석희 쌍두마차가 나선 여자 1000m에서는 2바퀴 반을 남기고 우리 선수끼리 충돌해 넘어지며 허무하게 물러났다. 이어진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한국은 레이스 중반 넘어지며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4위에 머물렀다.

한국 쇼트트랙은 이로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 3·은 2·동 1개로 메달 6개를 따고 마무리했다.

한국이 뛰고 있었지만 경쟁자들도 함께 뛰고, 날았다. 남자 500m에서는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채지훈이 우승한 이후 24년 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약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최근 2년 연속 500m 세계랭킹 1위를 달린 우다징을 넘지 못했다.

여자 1000m에서는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약진이 돋보였다. 최민정과 심석희가 나란히 넘어진 후 선두를 지키던 네덜란드의 쉬지나 슈힐팅(1분29초778)이 금메달을 차지했고, 킴 부탱(캐나다·1분29초956)과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1분30초656)가 각각 은·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지만 쇼트트랙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적이 없었다. 새 역사를 쓴 슈힐팅을 비롯해 네덜란드 쇼트트랙은 평창 올림픽에서 금 1·은 2·동 1개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남자 계주에서는 헝가리가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가져가는 ‘이변’을 일으켰다. 헝가리는 한국 선수들이 넘어진 이후 중국, 캐나다와의 선두 다툼에서 승리하며 6분31초971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1위로 골인했다. 중국,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헝가리는 첫 동계 올림픽 대회인 1924년 샤머니 올림픽부터 꾸준히 출전했지만 한 번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가 전부였고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1개 딴 게 가장 최근 성적이었다.

남자 500m에서 우승한 우다징도 중국 남자 쇼트트랙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며 새 역사를 썼다. 여자 쇼트트랙에 뒤져 있던 남자 쇼트트랙의 한풀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