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호전됐다더니, 남자친구가 잘 지켜주고 있다더니, 그래서 다시 만날 거라고 여겼는데, 꽃다운 나이에 이렇게 급작스레 떠나다니…. 두 손 모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지난달 31일 밤 드라마 ‘아이리스’ 쇼케이스를 하는 자리에서 들었다. 모두들 “좋아졌다며?”라며 반문했고, “금주를 못 넘길 것 같다”는 전언에 망연자실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비보라니…. 아내는 비보를 듣고 이내 눈물을 삼켰다. 아내를 도닥이면서 나 역시 눈물을 훔쳤다.

　그와 나의 인연은 특별하다. 결과적으로 고인의 마지막 영화가 되고만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주인공으로 함께 한 것이다. 비록 극중 역할이지만 그를 많이 울린 게 못내 가슴 아프다. 시도 때도 없이 지지고 볶는 사이가 아니라 알콩달콩 사랑하는 사이였다면, 그에게 사랑과 기쁨을 듬뿍 안겨주는 연인이었다면 마음이 이렇게 알싸하지는 않을려나….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실로 대단했다. 맡은 배역의 캐릭터 등을 지독히도 파고 든 뒤 그것을 그대로 육화시키는 열정파이다. 완벽주의자다. ‘연애참’에서도 그는 자신을 집요하게 학대하면서 ‘연아’라는 인물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이와 관련, 개봉을 앞두고 황당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주일 상간으로 개봉되는 ‘연애참’과 ‘해변의 여인’에서 호흡을 맞춘 두 여배우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 “고현정은 선천적, 장진영은 후천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되면서 고인과의 사이가 서먹해진 것이다. “장진영이 엄청난 노력형”이라는 의미였는데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그 제목이 고인 입장에서는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그럼 나는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라고 고현정 측도 서운해 할 수 있었는데, 어쨌든 그로 인해 장진영과 살갑게 지내지 못했다.

　그 해 연말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 때 장진영은 ‘연애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현장에서 감정을 잡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준 승우 오빠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 모습이 눈에 짓밟힌다…. 후~.

　“진영아! 하늘나라는 아픈 게 없겠지만 그렇다 해도 건강 관리 철저히 해. 연기 좀 못하면 어떻냐, 무엇보다 네가 건강해야지. 진영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못다 한 연기의 나래를 맘껏 펼치렴…!”

<영화배우 김승우>